올해 3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이 1875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석달 사이 17조원 늘어난 결과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뉴스1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의 가계부채가 또 신기록을 경신했다. 빚을 내 집 사려는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면서 주택담보대출이 3개월 만에 17조원 늘어난 결과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7~9월)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이란 가계가 은행 등에서 받은 좁은 의미의 가계대출에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합친 것을 말한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3분기 1871조1000억원을 기록한 뒤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연속 규모가 줄었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면서 소비자들이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 등 씀씀이를 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월 이후 기준금리 인상이 멈추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바짝 고개를 들어 전체 가계빚도 다시 불어나는 추세다.

전체 가계대출 중 약 6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7~9월 사이 17조원 늘어나 잔액이 1049조1000억원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다. 주택담보대출은 한국은행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한 분기도 빼놓지 않고 계속 불어, 10년 전인 2013년 3분기의 503조원 대비 현재 두 배가 됐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주요 43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올 1분기 말 기준 한국이 101.5%로 스위스(128%), 호주(110.6%), 캐나다(101.9%)에 이은 4위다. 세계 평균은 63% 수준이다. 한 나라 경제 규모보다 가계빚이 더 큰 나라는 우리나라까지 4국뿐이다.

앞으로 가계빚이 더 늘어날지는 주택 경기에 달렸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최근 금리 상승으로 주택시장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는데, 향후 가계신용도 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정책의 효과도 시차를 두고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