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뉴스1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1960년대부터 60년간 세계 경제의 모범생으로 칭송받았던 한국 경제가 선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저(低)성장이 장기화돼 열등생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0.6%(전기 대비)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올 1분기 0.3%, 2분기 0.6%에 이어 3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한국만 놓고 보면 작년 4분기 -0.3% 역성장 쇼크에 빠진 뒤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야를 세계로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날 발표된 미국 3분기 성장률은 1.2%(연간으로 환산하면 4.9%)로 한국의 2배였다. 우리나라 올해 연간 성장률은 1.4%로 예상된다.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평균(3%)보다도 낮다.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은 작년과 재작년에도 OECD 평균에 미달했다. 1961년부터 2020년까지 60년간 우리나라 성장률이 OECD 평균을 밑돈 해는 경제개발 초기였던 1962년과 2차 오일 쇼크를 겪었던 1980년, 외환 위기였던 1998년 등 단 3차례뿐이었다.

6·25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 경제는 1961년부터 1990년까지 30년간 연평균 10%가량의 고도 성장을 했다. 외환 위기를 겪었던 1990년대에도 연평균 7%대의 성장률로 OECD 평균(2.78%)을 압도했다. 하지만 2001~2010년과 2011~2020년 성장률은 각각 4%대와 2%대로 주저앉았고, 급기야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선진국 평균에 미달하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이다.

성장률 하락에는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처럼 한국이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변수의 영향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00년대 들어 역대 정부가 포퓰리즘에 빠져 경제 체질 개선에 필요한 구조 개혁을 소홀히 한 결과가 저성장 위기를 가속화시켰다고 입을 모은다. 소득 주도 성장 같은 포퓰리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큰 영향이 없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경제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독일 킬 경제연구소 마누엘 푼케 박사 연구팀은 최근 ‘포퓰리스트 지도자와 경제’라는 논문에서 1900년부터 2020년까지 28국 72명의 포퓰리스트 지도자가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포퓰리스트 집권 후 2년간은 경제 성과에 차이가 없었지만, 15년 뒤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 10% 덜 성장하고 국가 채무 비율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