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의 한 예식장./신현종 기자

서울에 사는 조모(31)씨는 결혼 비수기인 내년 7월 말 강남의 한 결혼식장에서 예식을 올리기로 했다. 조씨는 “지난달 중순에 며칠 동안 발품을 팔아가며 식장을 알아봤는데 내년 7월 초까지는 예약이 꽉 차 있었다”며 “너무 더운 날씨라 결혼식을 가을로 미루려고 했더니 성수기라는 이유로 웨딩홀 대관료에 식대까지 1000만원 넘게 뛰어,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결혼식장을 구하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청년 인구가 줄면서 혼인 건수가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지만, 코로나를 거치는 동안 예식장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매년 50곳씩 사라지는 결혼식장

3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결혼 성수기인 5월 기준 전국 예식장 수는 737곳으로, 지난해 같은 달(778곳)보다 41곳 줄었다.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62곳, 50곳 감소했다.

일러스트=김현국

올해 예식장 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5월(935곳)과 비교하면 21.2%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혼인 건수 감소폭인 15.3%(12만87건→10만1704건)보다 예식장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랐던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미뤄왔던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져 예식장 부족 현상이 더 심해졌다.

그래픽=김현국

결혼 수요보다 예식장 공급이 더 큰 폭으로 줄다 보니 예약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대관 비용도 치솟고 있다. 결혼 정보 회사 듀오가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021년 896만원이었던 예식장 대관 비용은 지난해 971만원으로 오르더니 올해 1057만원으로 1000만원을 돌파했다. 이달 서울 강남에서 결혼을 앞둔 고모(30)씨는 “대중교통과 거리가 먼 식장임에도 성수기라는 이유로 결혼식장을 마련하는 데에만 4000만원 가까이 들였다”고 했다.

◇청년들 “공공·대체 예식장 늘려 달라”

예비부부들은 예식장 확보를 위해 ‘속도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예비부부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결혼을 1년~1년 반 앞두고 예식장부터 예약하라는 ‘결혼 체크리스트’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오는 11월 결혼을 앞둔 정모(28)씨는 “결혼 7개월 전에 식장을 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예식장에서 일요일에 식을 올리게 됐다”며 “결혼식 1년 6개월 전부터 준비해야 괜찮은 식장을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했다.

일반 예식장이 아닌 공공시설이나 대학, 직장의 ‘컨벤션 홀’ 등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획재정부가 20·30대 일반인으로 구성한 ‘2030자문단’ 정책 제안 발표회에서는 “공공시설을 개방해서 예식장 비용을 줄여 달라”는 제안이 나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청년들이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공공시설을 알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서, 예약도 하고 현황도 보게 해 달라는 이야기였다”고 했다.

출신 대학 동문회관이나 가족이 일하는 직장의 컨벤션 홀 등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출신 김모(28)씨는 “내년 상반기에 결혼하려고 보니 모교 동문회관 예약도 6월까지는 다 차 있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존 예식장들이 혼인 건수가 줄어든 데다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까지 겹쳐 속속 문을 닫는 실정”이라며 “요즘 감각에 맞는 새로운 예식장 건립을 촉진하거나 공공에서 나서서 청년들의 예식 수요를 맞춰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