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폭염으로 채소류의 가격이 등락폭이 커지고 있는 28일 서울 한 대형 마트에서 고객이 채소류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상추가 금값이라 사기 힘든데, 사더라도 시들시들해서 손님한테 못 내놔요. 안 사고 말지.”

서울 서대문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장 정모씨는 이렇게 푸념했다. 정씨는 고기와 곁들일 쌈 채소로 상추와 깻잎을 같이 내다가 얼마 전부터 깻잎만 내놓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보다 2.3% 오르는 데 그쳐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폭염과 폭우 여파로 채소 가격은 6월보다 크게 올랐다.

전월 대비 가격이 크게 뛴 채소류는 상추(83.3%), 시금치(66.9%), 열무(55.3%), 오이(23.2%) 등이다. 깻잎(12.8%)도 10% 넘게 올랐지만, 상추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집중호우로 일부 시설 채소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특히 상추의 주 출하지인 논산·익산 등의 침수 피해로 한동안 높은 값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다만 전체 물가는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이 6월(2.7%)에 이어 두 달 연속 2%대에 머무른 이유로 통계청은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고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5.9% 하락하면서 1985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경유(-33.4%), 휘발유(-22.8%), 등유(-20.1%)가 많이 떨어졌다. 한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3.1%를 기록하면서 지난 5월(3.7%), 6월(3.3%)에 이어 3개월 연속 둔화했다.

체감 물가도 안정세다. 소비자가 자주 사는 144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8% 올랐다. 1%대 상승률은 2021년 2월(1.7%) 이후 29개월 만이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8~9월에는 기상 여건, 추석 등 요인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지만, 10월 이후 안정적 흐름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