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언뜻 보면 높은 수치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서 문제다. 작년 2분기 중국은 0.4%라는 충격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2년째 계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성장률이 급기야 0%대까지 떨어졌던 때다. 시장에선 이때의 기저효과가 워낙 강해서 이번 2분기엔 못해도 7%대 초반 성장률은 나올 걸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 경제 체력은 생각보다도 약골이라는 게 드러났다. 이날 같이 발표된 6월 소비·투자 등 지표를 보면 올 초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직후 반짝 개선되는 듯했던 경기가 다시 빠르게 식어가고 있음이 명확해졌다. 특히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지난달 21.3%를 기록, 역대 최고치였던 전달의 기록(20.8%)마저 뛰어넘었다. 실망한 투자자들이 이날 중국 주식을 내다 팔면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1% 넘게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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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예상 밑도는 지표

올 초 리오프닝 선언 이후 중국 경제는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듯했다. 3월 수출이 14.8% 늘었고 4월 소비(소매판매)는 18.4% 급증했다. 식어가던 부동산 시장에도 온기가 도는 듯했다.

그러나 모든 지표가 5월 들어 꺾이기 시작하더니 6월에는 더욱 나빠졌다. 소매판매가 5월 12.7%에서 6월 3.1%로, 수출은 4월 8.5%, 5월 -7.5%, 6월 -12.4%로 크게 꺾이고 있다. 중국 내 수요 부진을 반영하듯 수입도 5월 -4.5%, 6월 -6.8%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6월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각각 -5.4%, 0%를 기록해 시장 예상을 모두 밑돌았다.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벌써 9개월째 마이너스(-), 소비자물가는 4개월째 0%대다. 류궈창 인민은행 부행장이 지난 14일 “광의통화량(M2) 흐름과 경제 성장 기조로 볼 때 디플레이션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시장 우려는 크다. 당국이 경기 부양 카드를 쉽게 꺼내 들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 중국은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단골 부양책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 때문에 이런 방식의 경기 부양이 더는 쉽지 않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총액이 자금조달용 특수법인에 숨겨진 차입금을 포함할 경우 약 23조달러(약 2경9100조원)에 달할 걸로 보고 있다. 중국 작년 GDP(국내총생산)의 1.27배에 달한다.

중앙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도 쉽지 않다. 올해 재정수지 적자 목표를 작년과 비슷한 -3% 수준에서 막아보기로 목표를 세워놨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출 감소, 소비 부진, 침체된 부동산 등이 중국 경제를 짓누르면서 2분기 성장 동력을 잃었다”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 직면한 어려움이 세계 성장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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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올해 5% 성장도 어렵나

맥 빠지는 중국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외국 투자자들의 시선은 중국 위안화 가치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올 상반기에만 5.13%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했다. 7월 들어선 중국 정부가 임계점으로 보는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 돌파)’를 연일 넘어서며 세계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평가절하된 상태다.

이번 달 말에는 중국 공산당 핵심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다. 여기서 부동산 시장 안정 등을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 종합 대책이 나올지가 관심이다. 중국 경제는 작년에 성장률 목표(5.5%)를 크게 밑돈 3.0% 성장에 그쳤다. 올해 성장률 목표는 ‘5% 안팎’이다. 상반기에 5.5% 성장을 했는데, 최근 여러 지표가 동시다발로 꺾이는 추세로 볼 때 확실한 부양책이 나와야만 하반기에 성장 속도가 떨어지지 않고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고속 성장 시대는 이제 다시 오지 않을 걸로 보기도 한다. 중국의 시간당 임금이 10년 새 두 배 뛰면서 ‘세계의 공장’으로서 매력을 잃어가는 데다, 최근 서방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올 초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14국이 중국을 대체하고 있다며 ‘알타시아’(Altasia·Alternative+Asia)’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