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해외에서 인기인 중국 패션 쇼핑 앱 '쉬인'./AFP연합뉴스

미국 우방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중국 차세대 IT기업들의 ‘탈중국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홍콩 SCMP에 따르면 중국 패션 쇼핑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 ‘쉬인(Shein)’은 아일랜드 더블린에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사업을 총괄하는 신규 오피스를 설립했다. 쉬인은 이 신규 오피스를 해외지역 서비스를 운영하는 ‘IT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중국이 아닌 유럽에 저장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이용자 데이터를 불법 수집해 중국 당국에 제공한다는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쉬인은 중국 난징에 있던 본사를 최근 싱가포르로 이전하기도 했다. 쉬인이 내년 미국에서의 IPO(기업공개)를 노리고 있는 만큼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쉬인은 최근 글로벌 Z세대들을 사로잡은 인기 중국앱 중 하나다. 센서타워가 올 1~3월 세계 95개국·지역의 앱마켓(구글과 애플)을 분석한 결과, 각국 상위 5위권에 진입한 475개 앱 중 33%에 해당하는 156개가 중국산 앱인 것으로 나타났다.

쉬인의 경쟁앱으로 꼽히는 ‘티무(Temu)’도 최근 회사 주소지를 옮겼다. 티무는 중국 3위 온라인쇼핑몰인 핀둬둬가 운영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앱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진출 후 초저가 상품으로 현지 젊은층의 호응을 얻고, 미국 앱장터 다운로드 1위로 오르며 ‘제2의 틱톡’이라 불리고 있다.

핀둬둬의 글로벌 쇼핑 앱 '티무'./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5일 중국 제일재경에 따르면 뉴욕 상장사인 핀둬둬는 최근 미국증권거래위(SEC) 공시를 통해 티무 본사를 이전한 사실을 알렸다. 지난 2월까지는 본사 주소가 ‘상하이 창닝구’로 기재됐었지만, 3월부터는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표시된 것이다. 핀둬둬는 “글로벌 사업인 티무의 유럽 확장과 법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등록지를 더블린으로 옮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가 글로벌 사업인 틱톡과 중국 내수용 서비스인 ‘더우인’을 나눠서 해외 서비스만 ‘탈중국’ 시키는 조치와 비슷하다. 틱톡 역시 본사 등록지를 베이징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했고, 유럽권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를 더블린에 2곳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지난 3월 회사를 6개 사업부로 쪼갠 알리바바도 해외이커머스사업부의 본거지를 해외로 옮길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탈중국 러시는 미국에서 데이터 안보 문제로 전방위 공격을 당하며 서비스 중단 위기에 처한 틱톡의 교훈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기업’이라는 색채를 최대한 줄여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내부에서의 기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탈중국의 이유로 꼽힌다. 중국 이용자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쇼핑몰들은 출혈 저가 경쟁에 시달리는 가운데, ‘공동부유’ 슬로건을 내건 공산당이 빅테크 고삐를 쥐면서 차세대 IT기업들은 더이상 과거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쉬인, 티무 등 신생 인기앱들은 ‘내수 중심’이었던 1세대 중국 IT기업들과 다르게 해외시장을 메인으로 두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본사 등록지만 해외로 옮기는 방식으론 안보 우려를 잠식시키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지금 해외서 인기를 얻는 중국앱은 다 중국산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 앱”이라며 “아무리 본사 주소지를 옮겨도 옷·전자제품 등 저가 상품을 공급하는 중국과 관계를 완전히 잘라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