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T타워 본사 건물./SK텔레콤

SK텔레콤이 지난 3일 국내 통신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업무에 정식 도입했다. 사내 인트라넷에 챗GPT와 연결되는 대화창 메뉴를 신설해 직원들이 이메일 초안 쓰기, 번역, 정보 검색과 같은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SK텔레콤은 기업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회사에 도입한 챗GPT는 외부와 완전 분리된 사내망에서만 작동하는 직원 전용 챗GPT”라고 설명했다. 챗GPT 사용료를 지불하고, SK텔레콤에 맞는 챗GPT 서비스를 자체 개발했다는 것이다. 이 전용 서비스는 대중이 무료로 쓸 수 있는 일반 챗GPT와 다르게 한 번에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2KB(킬로바이트·약 400자)로 제한되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사용 기록을 추적하는 기능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챗GPT와의 공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첨단 기술인 AI 활용을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업무 효율을 늘려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주지시키고, 보안 문제만 해결한다면 활용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챗GPT, 사무실로 성큼

최근 챗GPT를 업무에 공식적으로 도입한 기업들은 저마다 회사 전용 챗GPT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보안 문제를 우회하고 있다. 입력한 정보가 AI 훈련에 재활용되는 무료 챗GPT와 달리, 기업 전용 챗GPT는 기업에 과금을 하는 대신 외부와 분리된 서버에서 작동하며 정보가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챗GPT 운영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CNBC에 “유료 고객들은 명백하게 자신들의 데이터가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는 지난 3월부터 금액을 지불하는 고객들의 데이터를 AI 훈련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포스코가 사내 협업툴인 ‘팀즈’에 챗GPT를 도입했다. 오픈AI의 최대주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운영하는 팀즈는 개별 서버에서 작동하는 전용 챗GPT를 유료 서비스로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LG CNS 또한 지난달 중순부터 사내 AI 챗봇 ‘엘비’에 전용 챗GPT를 탑재했다. 향후 챗GPT를 도입하는 기업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부 사업부(세트 부문)에서 쓸 수 있는 자체 챗GPT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LG전자 등도 내부적으로 자체 챗GPT 도입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 “일반 챗GPT는 사용 말라”

챗GPT 수용 움직임에 대해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직원들의 챗GPT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대체 서비스를 제공해서 일반 챗GPT 사용의 필요성을 못 느끼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실제로 챗GPT를 도입한 기업들은 보안 우려가 있는 일반 챗GPT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을 두고 있다. 포스코는 사내망에서 일반 챗GPT 접속을 차단했고, SK텔레콤은 사내 PC로 챗GPT 접속 시 ‘회사 기밀을 기입하지 말라’는 경고창이 뜨도록 조치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개인 스마트폰이나 PC로 일반 챗GPT에 접속하는 것을 다 막기 어려운 만큼 직원 개개인의 경각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