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로고. /SKT

SK텔레콤이 국내 통신사 중 최초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업무에 정식으로 도입했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3일 전 직원에게 인트라넷(사내망)에서 챗GPT를 사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SK텔레콤 사내 웹사이트에 챗GPT 메뉴가 신설됐고, 이를 클릭하면 챗봇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별도의 대화창이 열리는 식이다. 그 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서 정보 유출 등 보안을 우려해 챗GPT 사용을 제한한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재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이례적인 챗GPT 전면 도입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의 적극 추진으로 이뤄졌다. 재계 관계자는 “유 대표가 내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선진 AI기술을 빠르게 흡수해서 적용할 것을 주문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에 도입된 챗GPT는 일반 이용자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챗GPT와는 다른 ‘폐쇄형 서비스’다. GPT 3.5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회사 전용 챗GPT 서비스를 만들고 사내망에 탑재한 것이다. 일반 이용자들이 챗GPT에서 나눈 대화는 AI를 훈련시키는 데이터로 수집·사용되지만, SK텔레콤 전용 챗GPT는 회사 내부 클라우드에서 작동되기 때문에 정보가 외부로 흐를 위험이 없다는 것이 SK의 설명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SKT

SK텔레콤은 한번에 최대 2KB(킬로바이트·약 400자)의 텍스트나 이미지만을 공유할 수 있게 제한했다. 고화질 이미지나 긴 분량의 개발 코드 등을 전송할 수 없게 막은 것이다. 또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직원들의 사용 기록을 추적하는 기능까지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에서 외부망으로 챗GPT 접속을 할 경우엔 ‘회사 기밀을 기입하지 말라’는 경고 팝업창이 뜬다. SK텔레콤은 4일부터 일주일 간 임직원 대상으로 회사 기밀을 생성형 AI 서비스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정보보호 실천 서약서 서명을 받기로 했다. 석지환 SK텔레콤 클라우드 데이터 담당은 “생성형 AI 업무 도입은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하는 임직원들의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보안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보안을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챗GPT를 ‘양날의 검’으로 보면서도 도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보안 우려가 크기는 하지만 이메일 초고를 쓰거나 실시간 번역, 정보 정리 등 단순 작업을 수행하는데 챗GPT만큼 효율적인 도구도 없기 때문이다. 국내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AI의 물결을 막기는 어렵다”며 “당장은 보안 문제로 도입을 주저하지만, AI 활용이 늦으면 그만큼 뒤처진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