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 된 아마존의 제2사옥 ‘HQ2′

구글이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역에 짓기로 했던 80에이커(약 9만8000평) 규모의 초대형 캠퍼스 ‘다운타운 웨스트’의 건설 계획을 무기한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NBC는 21일(현지 시각) “구글이 지난 2월 새너제이 캠퍼스 개발팀을 없애고 소속 인력 67명을 해고했다”며 “근무 시간에 캠퍼스 건설 현장을 두 번 방문했지만 건설 장비만 덩그러니 있었고, 일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빅테크 주가가 고공 행진하던 2020년 최대 2만개의 일자리와 190억달러(약 25조원)의 경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신규 캠퍼스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사무실과 4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공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은 3년 만에 중단됐다. CNBC는 “현지 건설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건설 계획이 지연되거나 변경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개발 재개가 늦어질수록 현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빅테크들이 잇따라 ‘사무실 다이어트’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실적 감소와 주가 하락에 시달리는 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이어 사무실 건설과 임대료 지출을 줄이는 긴축 경영에 나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부동산 업체 CBRE 자료에 따르면 테크 기업들이 모여있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사무실 공실률은 역대 최고치인 30%를 넘어섰다”며 “빅테크의 황금시대(golden age)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빅테크, 살기 위해 ‘사무실 다이어트’

IT 업계에선 이런 현상이 지난해부터 직원을 무더기로 내보낸 테크 기업들이 고금리를 감당하면서 사무실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글로벌 테크 기업 감원 현황을 추적하는 사이트 ‘레이오프(layoff.fyi)’에 따르면 올 들어 607개 테크 기업에서 17만3880명이 해고됐다. 4개월 만에 지난 한 해(16만4511명) 기록을 넘어섰다. 아마존(2만7000여 명), 메타(2만1000여 명), 알파벳(1만2000명)과 같은 빅테크의 감원이 가장 많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스타그램이 런던 사무실을 닫고 대부분의 인력을 뉴욕 사무실로 돌리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재배치 대상이 된 100여 명 가운데는 8개월 전 캘리포니아에서 런던으로 이주한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도 있다. FT는 “런던을 기반으로 인스타그램 조직을 키워가려던 모세리의 계획은 모회사 메타의 대규모 감축 결정으로 갑자기 중단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에 인수된 뒤 대격변을 겪고 있는 트위터도 사무실 감축에 나섰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트위터는 샌스란시스코에서 임차하고 있는 사무실 공간의 40%를 세놓기 위해 부동산에 내놨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세일즈포스도 최근 약 3000평에 달하는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공간을 계약 해지했다.

지난달에는 아마존이 미국 버지니아에서 진행 중이던 제2사옥 ‘HQ2′의 건설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지난해 말에는 메타와 차량공유업체 리프트도 각각 뉴욕 사무실과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규모를 축소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지난 2월 실적 발표에서 “1분기에 글로벌 사무실 공간을 줄이기 위해 5억 달러 정도의 비용을 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선 “빅테크들이 지출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시장 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긴축경영인데...CEO들 여전히 천문학적 연봉

빅테크의 긴축 경영 속에서 CEO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직원들은 해고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순다르 피차이 구글 및 알파벳 CEO는 지난해 연봉으로 주식 보너스를 포함해 총 2억2600만달러를 받았다. 애플 팀 쿡 CEO 역시 주식 보상을 포함해 작년 9940만달러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5490만 달러를 받았다. 블룸버그는 “대규모 해고 속에서 (지금까지 문제가 되지 않았던) CEO의 고액 연봉이 민감한 주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