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구글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구글은 경쟁사인 '원스토어'에 게임사들이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421억원을 부과받았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LLC·구글코리아·구글아시아퍼시픽 등 구글 3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21억원을 부과한다고 11일 밝혔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앱 마켓 ‘구글플레이’를 운영하면서 경쟁사인 ‘원스토어’에 게임사들이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불공정 거래를 한 혐의다.

구글플레이는 전 세계(95~99%) 및 국내 시장(80~95%)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한다. 반면 원스토어는 2016년 6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네이버 앱 마켓이 합쳐 만든 토종 앱 마켓이다. 구글은 원스토어가 출범하자 한국 사업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 판단, 게임사들이 구글플레이에만 게임을 독점 출시하도록 전략을 세웠다. 넷마블·넥슨·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3N’으로 불리는 굵직한 대형 게임사들뿐 아니라 중소 게임사까지 관리했다.

◇국내 게임 시장 등급 나눠 집중 공략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2016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약 2년간 원스토어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게임사에 ‘피처링’ 혜택을 줬다. 피처링은 구글플레이 앱을 켜자마자 보이는 맨 위에 게임을 노출해주거나 ‘금주의 신규 추천 게임’으로 올려주는 것이다.

매년 수십만 개의 게임이 출시되기 때문에 게임사 입장에서 피처링은 다운로드와 매출을 올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시장점유율 90%를 넘는 구글이 이런 혜택을 제공하면 원스토어와 거래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시작은 넷마블의 ‘리니지2′였다. 넷마블은 ‘리니지2′의 구글플레이와 원스토어 동시 출시를 계획하고 있었다. 당시 구글 본사 임원이 직접 한국을 찾아 게임사를 설득, 독점 출시 결정을 받아냈다.

이후 구글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전략을 세웠다. 국내 게임사를 5개 등급으로 나눠 대응 전략을 짰다. 1순위인 상위 4사에 대해서는 원스토어 출시를 전면 방어하고, 독점 출시 조건으로 전방위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리니지M’ ‘메이플스토리M’ ‘뮤오리진2′ 등 유명 모바일 게임이 중점 관리 대상이 됐다.

◇구글 직원 “원스토어를 루저 리그로 만들어야”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 모습. /뉴스1

공정위는 구글의 이 같은 행위가 반(反)경쟁적이라고 봤다. 공정위가 공개한 구글코리아 직원의 업무 메모에는 “원스토어(중략) 마이너 루저 리그로 만들어야” “메시지를 클리어하게. 원스토어 가지 말라는 넌지시” 같은 내용이 있었다. 루저(loser)는 실패한 사람이란 뜻이다.

이런 과정은 은밀하게 이뤄졌다. 공정위는 “구글이 경쟁법 위반 소지를 알고 최대한 은밀하게 독점 출시 조건을 게임사에 전달했다”고 했다. “(피처링 관련) 민감한 내용이므로 오프라인에서 논의합시다. 이 이메일은 지워주세요” 같은 내부 메일을 은밀한 거래의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2017년과 2018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18년 원스토어의 유료 게임 구매자 수가 2016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지만, 구글플레이의 유료 구매자 수는 3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글 점유율은 2016년 80%에서 2018년 90% 이상으로 올랐지만, 원스토어의 시장점유율은 15~20%에서 5~10%로 하락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앱 마켓과 관련해 구글이 반경쟁적 행위를 한 것은 국내가 첫 사례”라며 “이와 관련해 구글이 올린 매출이 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구글, 전 세계서 과징금 폭탄 맞아

구글이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구글플레이를 사용하려면 구글 앱을 사전에 설치하도록 ‘끼워 팔기’한 것을 독점 금지법 위반으로 보고 과징금 43억4000만유로(약 5조2560억원)를 부과했다. 이후 유럽사법재판소가 과징금 액수를 5% 줄인 41억2500만유로로 조정했지만, 이는 독점 금지법 위반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작년에는 인도가 두 차례에 걸쳐 총 40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구글에 매겼다. 구글 앱을 끼워 팔고, 자체 결제 시스템으로만 유료 콘텐츠를 결제하도록 한 혐의다.

구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일부 모바일 운영 체제와는 달리, 안드로이드는 개발자들이 앱을 어떻게 배포할지에 대해 완전한 결정권을 제공한다”며 “오늘 공정위가 내린 결론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