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제치고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뉴스메이커로 부상했다. 옐런 장관의 말 한마디에 따라 뉴욕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급등락하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AP 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각) 뉴욕증시는 장중 하락세를 보이다 마감 한 시간가량을 앞두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옐런 장관이 의회에서 예금 전액 보증 가능성을 재확인한 것이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옐런은 미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전염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취해야 하는 도구를 사용했고, 그런 도구들은 다시 쓸 수 있다”며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옐런 발언이 알려진 뒤 다우평균은 0.23% 상승세로 마감했고 S&P500과 나스닥지수도 각각 0.30%, 1.01% 올랐다.

옐런 장관은 전날인 22일에는 상원 세출위원회에서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하거나 고려한 바가 없다”며 예금 전액 보장 방침을 부인했다. 이 발언의 여파로 상승세를 타던 뉴욕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 3대 지수가 모두 1% 넘게 급락했었다.

옐런의 엇갈리는 메시지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부의 혼란스러운 신호는 금융 시장의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며 “(옐런 장관의 발언 번복 탓에) 대마불사 은행을 제외한 중소형 은행들의 고액 예금자들이 보증받을 수 있는지를 누구도 알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은 규제 당국이 은행 예금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알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옐런이 금융시장과 의회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에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옐런 장관은 미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일주일간 네 차례나 발언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은 현재 25만 달러인 예금자보호한도 증액을 반대하고 있어 위기가 악화되더라도 (옐런 장관이) 빠르게 나서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은행 체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미국 경제 전반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미 금융 당국이 은행권에 대해 장기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현재의 혼란을 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금융·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