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경상수지가 4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국은행이 10일 밝혔다. 1980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적자다. 특히 상품과 서비스수지 적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전례 없는 위기 경보등이 커진 것이다.

1월 경상수지는 부정적인 쪽으로 각종 기록을 쏟아냈다. 우선 1월 기준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1월(-22억9000만달러) 이후 11년 만이다. 작년 1월(22억4000만달러 흑자)과 비교하면 67억6000만달러나 줄었다. 적자 폭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제 교역이 급격히 얼어붙었던 2020년 4월 수준(-40억2300만 달러)도 뛰어넘었다.

적자 폭이 양적으로 컸을 뿐만 아니라 세부 내역을 뜯어보면 질적으로도 좋지 않다는 평가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4개월 연속 적자인 동시에, 역대 최대 규모 적자(-74억6000억달러)를 기록했다. 1월 수출이 480억달러로 1년 전보다 83억8000만달러(15%) 급감한 반면, 수입은 554억6000만달러로 6억2000만달러(1.1%) 늘었기 때문이다. 수출 품목 중에서는 반도체(-43.4%), 철강 제품(-24%), 화학공업 제품(-18.6%)이 특히 부진했다. 지역별로는 중국(-31.4%), 동남아(-27.9%), 일본(-12.7%)으로의 수출이 많이 줄었다.

서비스수지도 32억7000만달러 적자로, 3개월 연속 적자에 빠졌다.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24억4000만달러 커졌다. 코로나 때 막혔던 해외여행이 늘어난 여파로 서비스수지 중 여행수지 적자가 14억9000만달러로 1년 전(5억5000만 달러 적자)과 비교해 3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적자를 합치면 107억3000만달러에 달하지만, 임금·배당·이자 등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가 1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흑자(63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경상수지 적자를 상당 폭 메웠다. 올해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이 국내로 보내는 배당금이 비과세되면서 해외에서의 배당금 송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 가운데 배당소득수지 흑자는 56억6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45억5000만달러 불어났다.

경상수지는 작년 10월 흑자(16억3000만달러)에서 11월 적자(-2억2000억달러), 12월 흑자(26억8000만달러) 식으로 4개월간 매달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외환 위기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으로 1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에 빠진 데 이어, 경상수지까지 불안정한 모습”이라며 “경상수지의 안정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