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HAP PHOTO-4866> FILE PHOTO: SVB (Silicon Valley Bank), JP Morgan, Bank of America, Citibank and Wells Fargo logos are seen through broken glass in this illustration taken March 10, 2023. REUTERS/Dado Ruvic/Illustration/File Photo/2023-03-10 19:15:40/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채권에 투자한 대형 은행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충격파가 미국 은행권으로 번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 서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은 210억달러(약 28조원)어치 채권을 18억달러(약 2조3800억원) 손실을 보고 팔았다.

SVB는 주로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IT 기업에 대출 등 자금 지원을 해왔는데, 경기 침체 우려로 예금이 줄면서 유동성(자금) 부족을 메꾸기 위해 현금화가 용이한 채권을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지는데, 연준이 최근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고 있는 탓에 채권 가격이 급락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손해를 보면서 보유 채권을 매각하려 하지 않는다”며 “다만 대량 예금인출(뱅크런) 염려가 있을 때 현금 확보를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고객인 스타트업들이 보유한 자금이 줄면서 SVB의 1분기 평균 예금 규모는 1690억달러 정도에 그쳤다. 이는 지난 1월에 전망한 수준(약 1750억달러)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날 SVB 모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의 주가는 하루 새 60% 넘게 폭락했고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씨티그룹 등 미 4대 은행의 시가총액은 총 520억달러(약 68조6000억원) 증발했다. 나스닥 KBW은행지수도 이날 7% 넘게 폭락해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 6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날 가상 화폐 전문은행인 미국의 실버게이트캐피털 청산에 이어 실리콘밸리 유동성 위기까지 커지며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됐던 글로벌 금융 위기의 악몽이 월스트리트를 덮친 것이다.

SVB는 22억5000만달러 규모의 자본 확충(증자)을 추진하고 벤처캐피털인 제너럴애틀랜틱(GA)으로부터 5억달러를 투자받아 위기를 넘기겠다고 밝혔지만, 금융 시장의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벤처 투자사 업프런트는 “SVB가 파산하면 하룻밤 사이에 수 없이 많은 기업이 도산할 수 있다”며 “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떨어졌다.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5포인트(1%) 하락한 2394.59를 기록했다. 홍콩(-3%)·일본(-1.7%)·대만(-1.6%)·중국(-1.4%) 등도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