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 2023’에서 네이버클라우드의 초대규모AI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 오는 7월 출시되는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에 특화된 토종 AI로, 챗GPT보다 한국어를 6500배 더 학습했다. /네이버

“성수동에서 밤 10시까지 하는 카페 중 사진이 잘 나오는 곳 어디야?”

“두 박스 이상 사면 할인되는 과일 중 사람들이 많이 사는 제품순으로 추천해줘, 수요일까진 도착해야 해.”

올 상반기 중 네이버 검색이 이렇게 바뀐다. 마치 채팅하듯 물어보면 네이버의 초거대 AI가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곧바로 추천 장소와 과일 쇼핑 리스트를 4개씩 보여준다. 판단을 돕는 두세줄의 짧은 설명과 출처도 뒤따른다.

국내 최대 검색 포털인 네이버가 ‘글로벌 AI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연례 개발자 행사인 ‘데뷰(DEVIEW) 2023′을 열고, 글로벌 AI 시장에 내놓을 두 종의 서비스(하이퍼클로바X, 서치GPT)를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개발한 초거대 AI이고, 서치GPT는 이를 네이버 검색에 접목한 것이다.

◇한국말 잘하는 ‘하이퍼클로바X’, 두뇌는 삼성과 협업

네이버가 오는 7월에 선보일 ‘하이퍼클로바X’는 지난 2021년 네이버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내놓은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를 자체 서비스에 순차적으로 접목하고 일반 기업들도 이를 빌려다가 맞춤형 AI로 개조해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계획이다.

해외 AI와 차이점은 ‘한국어에 특화된 토종 AI’라는 점이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 총괄은 “챗GPT와 대화해보면, 외국에서 공부는 많이 했지만 한국어나 한국 문화는 잘 모르는 외국인과 일하는 느낌”이라며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 대비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해, 한국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도 되나요’라고 물으면, 챗GPT는 “일반적으로 고속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가능합니다”라고 두루뭉술하게 답하지만,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에서는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오토바이 통행이 금지돼 있다”고 정확하게 답한다.

네이버는 누구든 자체적으로 보유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하이퍼클로바X를 특정 기업이나 서비스에 최적화된 ‘맞춤형 초거대AI’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는 뇌의 시냅스(신경망 연결부) 역할을 하는 파라미터(매개변수)가 2040억개로, 챗GPT의 기반인 ‘GPT 3.5′(1750억개)보다 많다. 네이버 측은 “연매출의 25% 이상을 매년 AI를 비롯한 R&D(연구개발)에 투자해왔는데, 일반 이용자나 기업들도 천문학적인 투자나 위험 부담 없이 이를 빌려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곽용재 네이버클라우드 CTO(최고기술책임자)는 “기존 GPU(그래픽처리장치) 대비 10분의 1 크기에, 4배 이상의 전력 효율성을 갖춘 경량화된 AI 반도체 설루션을 삼성전자와 함께 만들고 있다”고 했다.

◇서치GPT 시연에서도 오류 발생… “신뢰성 높일 것”

네이버는 이와 별개로 챗봇 AI를 탑재한 검색 서비스인 ‘서치GPT’도 상반기 중 공개할 계획이다. 서치GPT는 하이퍼클로바를 네이버 검색에 특화시킨 대규모 언어모델 ‘오션’을 기반으로 개발 중이다. 네이버는 시연 도중 오류와 거짓 답변을 내놓은 챗GPT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을 겨냥해 “정보 간 교차·반복 검증과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정확성과 신뢰성을 갖춘 정보를 생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서치GPT’ 시연에서도 오류가 발견됐다. “일본 여행 가려는데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와 입국 정보 등록법 알려줘”란 질문에, 서치GPT는 “일본 정부는 현재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푸라노스 백신 중 2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대해서만 입국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 증명서를 준비하셔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푸라노스’란 백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3차 접종자 이외에는 72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세부 정보가 다르다. 네이버 측은 “잘못된 답변을 걸러내지 못했다. 계속 AI 검색 정확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