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과 삼성‧LG의 LCD(액정표시장치) 사업 철수 등으로 지난해 제조업 생산능력이 4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작년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05.3(2015년을 100으로 본 상대적 지수)으로 1년 전보다 0.7% 감소했다. 이 지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과 설비 규모의 증감을 뜻한다. 재고가 쌓여 기업들이 공장 가동 시간을 줄이거나, 대기업 등이 특정 산업에서 철수하면 하락한다. 통계청은 “극심한 수출 부진으로 기업들이 공장 가동 시간, 조업 일수를 줄인 결과”라고 했다.

이 지수는 1971년 통계 작성 이후 줄곧 상승하면서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4.9%)과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5.2%)에도 꺾인 적이 없었는데, 지난 2018년 GM대우 군산 공장 철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등으로 처음으로 -0.1%를 기록했다. 지난해 4년 만에 다시 감소했는데, 감소 폭은 2018년보다 크게 높았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생산능력이 추락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무엇보다 수출 부진으로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줄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수출은 6.1% 늘어나는 데 그쳐 2021년(25.7%)보다 크게 둔화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건을 출하할 수 없으니 공장 설비를 다 쓸 유인이 없어지고 점차 생산 능력을 줄인 것”이라고 했다.

작년 6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TV‧PC모니터 등 패널용 LCD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대체하기로 하면서 LCD 사업에서 철수한 것도 원인이다. 통계청은 “LCD 사업 철수는 단기간에 이뤄진 반면, OLED 대체에는 시간이 걸리면서 생산능력지수가 낮아졌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생산(-1.6%)과 설비투자(-7.1%)가 모두 전달보다 감소했다. 생산 감소 폭은 코로나 초기인 2020년 4월(-1.8%) 이후 32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12월에는 완성차 생산이 줄면서 광공업 생산이 2.9% 감소했고, 수출 부진으로 반도체 제조용 설비 등 특수산업용 기계 투자가 7.8% 줄었다.

3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