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대우하는 대만은 TSMC 신공장 건설을 국가 프로젝트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국가원수인 총통이 직접 챙기고, 그 밑으로 지역정부·공기업 등이 똘똘 뭉치는 것이다.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시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TSMC의 28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의 신규 생산 라인 건립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4년 양산을 목표로 한 이 생산 라인은 애플에 공급하는 5G(5세대 이동통신)용 무선주파수 전력 증폭기 등을 생산한다. 이곳은 원래 대만 석유 공기업인 중유(中油)공사 소유의 낡은 정유 공장이 있던 자리로, 오염 물질 처리 비용 탓에 중유공사가 섣불리 재개발에 나서지 못했던 계륵 같은 땅이다. 그런 땅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것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다. 대만 격주간지 천하잡지는 “전임 가오슝시 시장부터 재개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땅”이라며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TSMC를 유치하겠다’며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면 개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총통이 TSMC 유치를 주도하고 나서자 지역 정부와 공기업은 한 팀이 된 것처럼 움직였다. 중유공사는 당초 100억대만달러(약 4100억원)로 정했던 개발 예산을 “최대한 빨리 지어야 한다”는 총통부의 지시에 262억대만달러로 배 넘게 늘렸다. 대만 현지에선 “돈으로 시간을 샀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이와 함께 대만전력·대만자래수공사 등 공기업은 공장부지 개발 완료 시점인 올 4월부터 2028년까지 전기와 물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총통부에 보고했다. 가오슝시는 공장 건설 전 통과해야 하는 환경평가를 1개월 반 만에 초고속으로 통과시키며 조력했다.

TSMC의 최첨단 1나노 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북부 타오위안(桃園)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대만 스톰미디어에 따르면 TSMC가 신공장 부지로 타오위안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자, 타오위안시 정원찬 당시 시장이 나서 TSMC 유치에 나섰다. 과기부·경제부 등 유관 부처와 손잡고 토지 확보, 물·전기 공급 방법부터 인재 공급 방안까지 마련했다. 대만 현지 매체는 “당시 시장은 TSMC의 모든 애로 사항을 해결해주겠다는 자세로 뛰었고, 차이잉원 총통에게 검토 결과를 대면 보고하면서 공장 유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