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2023.1.6/뉴스1

삼성전자는 31일 열린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설비투자(CAPEX)는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메모리 반도체 감산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재고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는 우호적이진 않지만,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하기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필요한 클린룸을 확보할 것”이라며 “올해 설비투자는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또 “CAPEX 내 R&D(연구개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역대 최악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절벽으로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 계획에 대해서 말을 아낀 것이다.

다만 기술적 이유를 통한 자연적 감산 가능성에 대해선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측은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 및 설비 재배치를 진행하고, 공정기술 경쟁력 강화 및 안정적 운영 등을 위한 엔지니어링 렁(시범 운영)을 늘리겠다”며 “단기구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 그로스(bit growth, 메모리 생산량 증가율)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4분기 확정 실적과 각 사업부별 실적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매출 70조 4600억원, 영업이익 4조 3100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69% 떨어진 수치다. 앞서 증권가가 예상한 5조원대 영업이익보다 낮은 ‘어닝 쇼크’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절벽으로 촉발된 ‘반도체 혹한’이 4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주며 연간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4분기 DS(반도체) 부문 매출은 20조 700억원, 영업이익은 2700억원이었다. 지난해 동기(8조 8400억원) 대비 97% 급락했다. 이는 2009년 1분기 DS 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후 가장 낮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