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디지털 서비스 환경이 2019년부터 급격히 악화되면서 글로벌 평가에서 중위권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왔다.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돼있는 데다, 아예 허용되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아프리카의 우간다에도 뒤질 지경이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CED)의 국제 비교 통계가 나왔다.

◇미국 최상위권, 중국 최하위권

24일 OCED의 디지털 서비스 무역 제한 지수(DSTRI)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기준 이 지수가 0.145로 35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부터 매년 발표되는 이 지수는 각국의 규제가 얼마나 강한지 측정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규제가 약하고, 1에 가까울수록 규제가 강하다는 뜻이다. 2021년에는 74개국이 평가 대상이었다.

상위권은 캐나다(0·1위)와 미국, 영국, 호주(0.06·공동 5위) 등이었다. 하위권은 중국(0.488·74위) 등이었다.

이규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통상전략팀장은 “OECD는 이 지수의 도출 방식을 공개하지 않지만 지수 변동은 디지털·플랫폼 규제와 관련될 가능성이 크고, 2019년부터 지표가 악화됐다”며 “한국의 규제 수준은 중위권 그룹으로 평가되는데, 높은 인프라 수준과 비교하면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문 정부 이후 규제 쌓여

한국은 지난 2014년 40위에 비해 순위가 5계단 올랐으나, 규제 환경은 더 악화됐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았던 우간다는 72위에서 34위로, 포르투갈은 45위에서 26위로 한국을 역전했다. 물론 디지털 경제 발전 정도가 낮아 해당 산업을 규제할 필요가 적은 국가의 경우 고평가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2019년부터 한국의 지표가 악화된 건 당시 문재인 정부의 전방위적인 규제 강화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0.141에서 2015년 0.123으로 낮아진 뒤 2018년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9년부터 0.145로 올랐다. 이 무렵부터 규제 장벽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2019년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조성욱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디지털 공정경제`를 화두로 내세운 때였다. 어느 부처가 플랫폼 규제 주무부처가 될지를 놓고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서로 다투는 등 부처마다 규제에 열을 올렸다.

2020년 3월에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제정되면서 타다와 유사한 모빌리티 혁신의 싹이 잘렸다. 타다 관계자는 “렌터카 유상운송이 제한되기 때문에 물류운송도 안 되고 손님 운송도 안되는 등 서비스 개발이 어렵다”고 했다. 대신 풍선 효과로 ‘카카오택시’의 독점이 심화됐다. 전체 택시 앱 호출 시장 점유율은 95%에 육박한다. 최근 카카오 독점을 막겠다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상은 규제가 카카오를 키운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시총 순위에 한국 기업 4개뿐

이런 겹겹이 규제가 쌓이면서 한국의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은 뒤처지고 있다. 20일 시가총액 사이트 ‘컴패니마켓캡’에서 집계한 시가총액 상위 259개 온라인 기업 가운데 아마존·구글 등 미국 국적이 129개였지만 한국은 단 4개(네이버·카카오·카카오페이·쿠팡)에 불과했다. 중국(35개)·독일(15개)·일본(13개)·영국(11개)·인도(11개)에 크게 못 미쳤다.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지적은 OECD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이 발표한 2022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자료를 보면 세부 항목인 규제 프레임워크(regulatory framework) 부문에서 한국은 기술의 개발 및 적용(48위), 지적 재산권(37위) 등이 조사 대상 63개국 중 하위권에 포진했다. 인터넷 사용자(8위), 인터넷 대역폭 속도(12위) 등 인프라 관련 지표가 상위권인 것과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