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첫선을 보인 이후 은행권의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을 받았던 인터넷전문은행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격적 예금·대출 영업으로 단기간 몸집은 불렸지만, 덩달아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케이뱅크 등에서 잇따라 전산 사고가 발생해 고객 불안이 커지기도 했다. 메기가 아니라 덩치만 큰 미꾸라지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외형적 성장에 집중했던 인터넷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해나가는지가 앞으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나빠지는 건전성 지표들

14일 각 사의 경영공시자료 등에 따르면 올 3분기 카카오뱅크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잔액은 809억원으로 작년 말(582억원)에 비해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381억원에서 747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작년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누적 165억원의 부실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 3사의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작년 말 평균 0.26%에서 올해 3분기 말에는 0.43%로 악화됐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0.23%에서 0.20%로 개선된 것과 대조적이다.

시중은행에 비해 중금리 대출(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인터넷은행 특성상 언체율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대출 부실이 증가하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여서 금융 당국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이 ‘독’될까

올해는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 모두 당국과 약속한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의 목표치는 42%인데 지난달 이미 40% 선을 넘겼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올 3분기 기준 각각 24.7%와 23.2%로, 목표치인 25%에 근접했다. 은행과 2금융권 사이의 금리 절벽을 해소하는 ‘포용금융’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인터넷은행 출범 5년 만의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급격히 늘린 중금리 대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올해 인터넷은행 3사가 일제히 뛰어든 개인사업자 대출이 이런 우려를 낳고 있다. 개인사업자들의 경우 다중채무자가 많기 때문에 잠재적 부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출시된 토스뱅크의 사장님대출 잔액은 9개월 만에 1조2000억원을 넘겼고,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초 개인사업자 대출을 선보여 한 달 만에 500억원을 취급했다. 지난 5월부터 나온 케이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역시 업계 최저 금리를 앞세워 규모를 늘리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 10월에 4602억원, 11월에 573억원가량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물가에 소비를 줄이겠다는 국민들이 늘어나는 등 자영업자 영업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개인사업자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다”며 “반대 전략을 쓰고 있는 인터넷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잘해나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들은 “과도한 우려”라며 일축하고 있다. 비금융 정보까지 고려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통해 정교하게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을 내주고 있는 데다 대손충당금도 최대 900% 이상 보수적으로 쌓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인데 전산 사고 빈발

반복되는 전산장애로 인터넷은행의 거래 안정성이 의심받고 있는 것도 문제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달 17일 오후 8시30분부터 약 7시간 동안 시스템 장애로 앱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중 2020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전산장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은행은 케이뱅크다. 해당 기간 총 34건의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신한은행(32건)에 이어 전산장애 발생 건수 3위(27건)였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측은 “타기관에 의한 영향이나 일시적인 장애까지 모두 포함된 수치”라며 “고객들의 금전적 피해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의 전산장애 건수는 증권·보험 등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서도 많은 편이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22건)이나 신한투자증권(17건) 등의 전산장애는 인터넷전문은행보다 적었다. 토스뱅크에서도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국내 은행 중에 가장 많은 11건의 전산장애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