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을 끼고 대출까지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선 20대 ‘갭투족’이 늘면서 부모와 따로 떨어져 사는 20대 이하 가구주의 평균 부채가 1년새 40% 넘게 불어났다. 20대 이하 가구주 평균 부채는 올 들어 처음으로 5000만원을 넘어섰고, 30대 이하 가구주의 평균 빚은 1억원을 돌파했다.

자료=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1일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는 올해 3월말 9170만원으로 작년(8801만원)에 비해 4.2% 불었다. 전국 2만 표본 가구를 대상으로 올해 3월말 기준 자산, 부채와 작년 1~12월 연간 기준 소득과 지출, 원리금상환액을 조사한 결과다. 정부는 “금리가 더 오른 3월말 이후 상황은 현재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20대 이하 빚 3550만원→5014만원 “영끌 갭투 늘었다”

특히, 부모와 따로 떨어져 사는 15~29세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올해 3월말 기준 5014만원으로 1년 전(3550만원)에 비해 41.2% 증가했다. 작년의 경우 20대 이하 가구주 부채 증가율이 2%에 그쳤는데 40% 넘게 빚이 불어났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집값 상승세로 전세보증금 낀 주택을 신용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20대 이하가 늘어난 여파라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20대 이하는 신용카드 카드론,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부채(4577만원)가 35.4% 늘어났고, 임대보증금 부채는 437만원으로 1년 전 대비 증가율이 158.6%에 달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출을 받고 임대보증금을 껴 집을 사는 20대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30대 가구주까지 포함한 30대 이하 부채는 1억193만원으로 작년(9987만원)에 비해 2.1% 늘어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20대 이하의 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50대(6.8%), 60세 이상(6%), 30대(1.1%), 40대(1%) 등의 순이었다.

임경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채/자산 비율 20대만 악화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는 올해 3월말 9170만원으로 작년(8801만원)에 비해 4.2% 불었다. 하지만 자산 가격 상승률이 9%(5억253만원→5억4772만원)에 달해 가계 건전성은 개선됐다고 통계청은 밝혔다.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올해 3월말 16.7%로 작년(17.5%)에 비해 0.8%포인트 감소했다.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작년 80.5%에서 올해 79.6%로 0.9%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20대는 가계 건전성 지표가 나빠졌다. 산 대비 부채 비율이 작년 28%에서 올해 28.1%로,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의 경우 같은 기간 155%에서 155.6%로 악화됐다.

금리 급등으로 20대를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여파로 풀이된다. 작년 3월말만 해도 0.5%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3월말 기준 1.25%로 올랐다.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 설문조사 결과 64.4%가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 비율은 작년(65.5%)에 비해 1.2%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3월말 이후 지난달 24일까지 6차례 금리 인상이 이어져 기준금리가 3.25%까지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가구주들의 가계 건전성은 조사 당시보다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소득분배 5년 만에 나빠졌다

소득은 2020년 6125만원에서 작년 6414만원으로 4.7% 늘었다. 소득 분위 별로 보면, 상위 20%인 5분위 증가율이 5.4%로 가장 높았고, 이어 2분위와 4분위(각각 4.4%), 3분위(4%) 등의 순이었다. 하위 20%인 1분위 소득 증가율은 5분위의 절반 이하인 2.2%에 그쳤다.

이 때문에 개선세를 이어가던 소득분배 지표가 작년 들어 악화됐다. 대표적인 소득 분배 지표인 지니계수는 작년 0.333으로 2020년(0.331)에 비해 악화됐다. 지니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지니계수가 전년 대비 악화된 것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2015년 0.352였던 지니계수는 2016년(0.355) 이후 2020년까지 하락세를 보였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2020년만 해도 저소득층 소비쿠폰이나 한시적 생계지원 등 저소득층 대상 코로나 지원이 많았는데 작년 들어 줄었고, 재난지원금도 2020년은 가구원수 단위로 주다가 작년엔 가구 단위로 지급했다”며 “저소득층 혜택이 상대적으로 작년 들어 줄어든 여파”라고 했다.

또다른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값)도 작년 5.96배로 1년 전(5.85배)에 비해 악화됐다. 올해 3분기 5분위 배율은 5.75배로 작년 3분기(5.34배)보다 높아졌다. 작년 3분기 소득 하위 88%에게 지급된 국민지원금 25만원이 없어진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