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연합뉴스

정부가 자금 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국고채 발행을 약 6조원 축소하고, 은행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규제를 완화해 8조5000억원 추가 대출이 가능하게 하는 등 시중 유동성을 늘리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과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결정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50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 이후 후속 대책이 이어졌지만 ‘돈맥경화’가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1.55%였던 기업어음(CP) 금리가 지난 25일에는 5.5%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은행 예·적금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사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사태가 건설업 등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고, 주요국 금리 인상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 추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정부는 12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계획된 9조5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도 회사채 발행 규모를 축소하거나 발행 시기를 분산하도록 했다.

총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도 본격 가동된다.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금융사로부터 조달하는 ‘캐피털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1차 캐피털콜(3조원)에 이어 5조원 규모 2차 캐피털콜을 진행하기로 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공급 자금의 50% 이내(최대 2조5000억원)까지 한국은행이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은이 유동성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자금 지원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이뤄진다.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도 속도를 낸다. 1조8000억원 규모의 증권사 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ABCP 매입 프로그램이 지난 24일부터 매입을 시작했다.

인허가 후 분양을 준비 중인 부동산 PF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부동산 PF 보증 규모도 기존에 계획한 10조원에서 15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금융업권별로 유동성 및 차입 관련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안도 진행된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의 예대율 규제 추가 완화다. 금융위는 지난달 은행이 유지해야 할 예대율을 100%에서 105%로 6개월간 한시적으로 완화했는데, 이번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등 정부 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11종류의 대출은 예대율 산정 시 대출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예대율 규제 완화로 은행이 8조5000억원가량을 추가로 대출해줄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