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 아파트./연합뉴스

지난 5년간 국민 소득은 13%, 주택 가격은 37% 상승했는데 종합부동산세는 1000% 넘게 폭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청은 21일부터 올해분 종부세(주택분) 대상자 122만명에게 납부 고지를 시작했다.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종부세를 도입한 뒤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122만명은 전국 주택 보유자의 8.1%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2.4%)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서울에선 집 가진 사람 4명 중 1명꼴이다. 기재부는 “종부세가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 국민도 내는 세금으로 변질됐다”고 했다.

◇2019년 도입된 중과세 강화로 급증

기재부에 따르면, 주택분 종부세액은 2017년 3878억원에서 지난해 4조4085억원으로 1037% 폭등했다. 같은 기간 국민소득(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2.8%, 주택 가격(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평균)은 36.8% 상승했다. 기재부는 “2019년부터 도입된 다주택자 중과 등으로 단기간에 세 부담이 지나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다주택자에 대해 1주택자보다 2배 이상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징벌적인 중과 제도를 도입했다. 다주택자 중과 최고세율은 지난해에는 6%까지 올랐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에 곱해서 과세표준을 정하는 비율)도 2019년 이후 매년 5%포인트씩 인상해 95%까지 끌어올렸다.

5년간 소득·집값보다 폭등한 종부세

정부가 올해 시행령을 고쳐 이 비율을 60%로 크게 낮춘 덕에 주택분 종부세액은 작년보다 3000억원 줄어든 4조1000억원이 됐다. 하지만, 기재부의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 주택분 종부세액은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전 세계에 주택 수에 따라 징벌적 중과(무겁게 매김)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가 없다”며 “제도 자체도 타당성이 없고 제도를 도입했던 시장 상황도 확연히 달라졌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제도는 폐지돼야 하고 관련 세율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부세 부담이 과중한 데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주택자 중과 체계가 맞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민주당, 정부의 종부세 완화 방안 거부

정부는 종부세 급증세를 막기 위해 지난 7월 개편안을 내놨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면서 국회에 발목이 묶여 있는 상태다.

기재부는 다주택자 기본공제액 6억원이 2006년 도입 이후 17년째 그대로인 점 등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가와 집값 상승 등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주택 수에 따른 다주택자 중과 세율, 17년째 그대로인 다주택자 기본공제 등 종부세의 기본 뼈대를 바꾸지 않으면 급증하는 세 부담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유세와 거래세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2020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 비율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44%)을 5배 이상 웃돌아 38개 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거래세와 보유세(종부세·재산세)를 합하면 GDP 대비 3.98%로 OECD 평균(1.86%)을 크게 상회하며 3위였다.

집값이 떨어지는 가운데 종부세 과세 대상 인원과 과세액이 더 늘며 납세자 불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7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종부세 완화 방안에 공감하냐’는 질문에 56.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종부세 등 부동산 보유 관련 세금 부담이 높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6.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