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최고 금리가 모두 연 7% 선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이후 약 13년 만의 일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시중 금리 상승으로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가계대출 금리 연 7% 시대가 열린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28일 기준으로 연 4.970∼7.499% 수준이다. 한 달 전인 9월 30일(4.510∼6.813%)과 비교하면 최고 금리가 0.686%포인트나 오르며 연 7.5%에 육박했다. 전세대출 최고 금리 역시 9월 말 연 6.57%에서 지난 28일 연 7.25%로 올랐고, 신용대출 최고 금리도 같은 기간 연 6.81%에서 연 7.35%로 상승했다.

대출 금리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계의 이자 부담과 이에 따른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래픽=김성규

◇13년 만에 가계대출 금리 연 7% 시대

가계대출 금리가 크게 오른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권의 조달 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연 3.4%로 2012년 7월(연 3.4%)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픽스는 작년 9월에는 연 1.16%였는데 불과 1년 만에 2배 넘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수준을 보여주는 은행채 금리도 크게 올랐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해 10월 말 연 2.66% 정도였는데, 지난 28일에는 연 5.14%였다. 9월 말에는 연 4.85%로 4%대였는데 이달 들어 5%대로 올라선 것이다.

문제는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1월 1~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한은도 11월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환율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연말에는 가계대출 최고 금리가 연 8%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계 이자 부담·취약 차주 늘 듯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져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미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가구 중 대출 이자를 내는 이자 부담 가구의 비율은 2020년 상반기 31.8%에서 지난해 상반기(34.8%)와 올해 상반기(35.7%)에 증가세를 이어갔다. 소득이 별로 늘지 않는 상태에서 이자 부담이 커지면 가계는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자 부담 가구의 평균 소비 성향(가처분 소득 중 소비 지출에 쓴 돈의 비율)은 올해 상반기 66.6%로 작년 같은 기간(72.5%)에 비해 5.9%포인트 줄어들었다. 이자 부담이 없는 가구의 평균 소비 성향이 3%포인트 하락한 것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장기적으로 경기 회복 노력과 함께 민간 고용 시장 안정화를 통해 가계 소비 심리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리가 오르면 갚을 능력에 비해 부채 규모가 큰 ‘취약 차주’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금융연구원 오태록 연구위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전체 차주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 이상인 취약 차주의 비율은 18%(지난 6월 기준)에서 20.2%로 2.1%포인트 높아진다.

특히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주담대를 보유한 20대 가운데 취약 차주 비율이 27%에서 33.1%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빚을 내서 부동산 등을 구입한 가구의 대출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 파장이 다른 가구들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 오 연구위원은 “갭투자한 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가 다른 집으로 이사 갈 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이사할 곳에 보증금을 내지 못하고, 그곳의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취약성이 연쇄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