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신금리가 나날이 오르자 오래 전 저축보험을 가입했다가 중도해지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경기 수원 한 공사현장 외벽에 붙은 은행 예탁금 금리 안내 현수막. /뉴스1

직장인 A씨는 지난 2016년 은행에서 가입한 10년 만기 저축보험을 최근 해지하고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쥐꼬리만 한 이자에 실망했다. A씨는 금리가 연 2.68%인 상품에 매달 10만원씩 그동안 720만원을 냈다. 그런데 그동안 쌓인 이자는 약 15만원밖에 안 됐다. 역산해보니 6년간 이자가 총 2%가량이었고, 연간으로 따지면 이자율이 0.3~0.4%밖에 안 됐다. 결국 저축보험을 중도 해지하고 A씨가 손에 쥔 이자는 세후 약 12만원이었다.

A씨는 “5년이 지나면 원금이 보장되고 만기 시 비과세 혜택까지 있다고 해서 적금 들듯 가입했다”며 “막상 계산해보니 터무니없는 이자에 속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최근 재테크족 사이에선 장기 상품인 저축보험을 해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예·적금 등 수신금리가 오르자 처참한 수준의 저축보험 금리를 확인하고 해지하거나, 아예 목돈을 빼 예·적금에 넣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A씨처럼 기대했던 것보다 적은 이자를 받은 이유는 저축보험도 결국 ‘보험’이기 때문이다. 저축보험은 은행 예·적금과 비슷하지만 질병·상해·사망보장 같은 보험 성격이 추가된 상품이다. 그래서 납입금에서 사업비와 보장보험료 등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 이자를 쳐준다. 원금 보장에 오랜 기간이 걸리고, 기대보다 낮은 이자를 돌려받게 되는 이유다. 저축보험을 ‘저축’으로 오해하고 가입한 사람들은 고금리 시기에 뒤늦게 은행 예·적금과 금리를 비교한 후 중도 해지에 나서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보험 업계에서는 연 5%대 저축보험을 내놓고 있다. IBK연금보험이 24일 금리 연 5.3%짜리 저축보험을 출시했다. 5%대 저축보험 등장은 10여 년 만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제시하는 저축보험 금리가 은행 이자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저축보험 금리가 줄줄이 오르자 최근 금융감독원은 “저축보험에 가입할 때 실질수익률을 잘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보험사 상품 안내에 나온 적용금리가 실제로 받는 금리와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복리 4.5%짜리 저축보험을 들었을 때 5년 후 실질금리는 3.97% 수준에 그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