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미국 뉴욕시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서 특파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 추 부총리는 내년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에 비해서는 낮아질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8일 내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로 전망했습니다. 내년 성장률은 “고물가·고금리 여파, 경제 심리 부진 등으로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습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고물가와 성장 부진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 전망은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한 가장 부정적인 전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금융권과 경제 부처 안팎에서는 “그야말로 ‘용감한 전망’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지난 6월 정부가 내놓은 전망치(2.5%)보다 무려 0.7%포인트나 낮습니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전망치(2.1%)도 2%대였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 내년 성장률 전망은 2.2%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0월 전망에서 2%로 예측했습니다. 민간경제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 전망치도 2.2%입니다.

올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각국의 성장률이 속속 하향 조정되면서 우리나라 내년 성장률도 마찬가지로 점점 낮아지고는 있지만, 1%대는 흔치 않습니다. 주요 기관 전망 중에서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피치가 1.9%를 내놓은 것이 유일합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이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는 성장률 전망을 내놓는 것이 과거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부 전망치는 정책을 잘 활용해서 높여보겠다는 의지가 들어가 있어 다소 높은데, 민간에서 “그럴 리 없다”고 깎아서 발표하기가 껄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성장률 전망을 박하게 계산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들이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의 전신)에 불려가 한 소리 들었다”는 말이 돌기도 했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객관적인 전망은 나침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죠.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장밋빛 전망보다는 허리띠 졸라매야 한다는 경고가 더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