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아직 우리나라는 자본 유출 징조가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5일(현지 시각) G20(주요 20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자본이 빠져나갈 곳은 (이미) 빠져나갔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지만 옛날(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같은 위기는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는 자본이 유출된다기보다는 채권과 주식시장이 조정을 겪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이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가 글로벌 경제 상황을 보고 적절한 시점에 결정할 것”이라며 “그것에 대비해 연준과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에 대해 “‘얼마나 (차이가) 커지면 안 좋은가’ 하는 것을 기계적으로 봐야 하면 금융통화위원이 왜 필요하겠느냐”며 “상황에 따라 다르고 이것을 판단하는 게 금융통화위원회 역할”이라고 했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 12일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으로 연 3%가 됐지만, 여전히 미 연준 금리(연 3~3.25%)보다 낮다. 오는 11월 1~2일 연준이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선택하면 한·미 간 금리 격차는 0.75~1%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8원 오른 1435.3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오전 한때 1441.4원까지 오르며 지난 9월 28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442.2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40원대까지 오른 건 이날이 두 번째다.

엔화값은 32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148엔대에서 움직이며 1990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당 150엔 선이 깨질 경우 엔화 가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나 일본은행이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