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의 한 마트에 적혀 있는 새우 가격/AP 연합뉴스

미국 9월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8.2% 올랐다고 미국 노동통계국이 13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지난 6월 41년 만에 최고치인 9.1%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뒤 7월(8.5%), 8월(8.3%)에 이어 3개월 연속 상승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시장의 전망치(8.1%)보다 높았다. 8%대 고물가가 지난 3월 이후 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9월 소비자 물가는 전월 대비로 0.4% 상승해 7월(0%)과 8월(0.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뺀 근원 소비자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6.6%에 달했다. 이 같은 수치는 시장 전망치(6.5%)보다 높은 데다, 1980년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였던 지난 3월 상승률(6.4%)보다도 높아 연고점을 넘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이 오는 11월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뉴욕 증시 개장 직후 다우평균은 1.5%, 나스닥지수는 3% 정도 하락했다.

연준이 지난 6·7·9월에 걸쳐 3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9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8.2%로 확인되면서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쇼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미국이 7개월 연속 8%대 물가를 이어가게 되면서 인플레이션 저지에 나선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이 적어도 연말까지 계속 이어지게 됐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금리 인상 경쟁을 벌이고, 그에 따라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 경착륙할 확률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식료품 값 주거비 고공 행진 이어가

미국의 9월 소비자 물가가 여전히 높은 이유로는 먼저 식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식료품 가격 지수는 작년 9월 대비로는 11.2%, 전월 대비로는 0.8%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이 계속 고공 행진 중이다.

에너지 가격 역시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9월 휘발유 가격은 전월보다는 4.9% 하락하긴 했어도 작년 같은 달 대비로는 18.2% 높았다. 전체 에너지 가격 지수는 작년 9월 대비 19.8%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의 소비자 물가 지수 구성에서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물가를 계속 밀어올리고 있다. 9월 주거비는 작년 9월 대비 6.6%가 올랐으며, 전월 대비로는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0.7% 상승했다. 주거비 상승의 주된 원인은 월세 급등이다. 미국은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나면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월세 주택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당시 부모 집에 들어와 살던 젊은 층이 다시 독립하면서 월세 수요가 넘쳐나고 있다.

◇원유 감산이 복병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8%대에 머물고 있지만, 지난 6월(9.1%) 이후 3개월 연속 낮아진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3개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지난 5일 하루 200만배럴 감산에 합의한 것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초 배럴당 122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9월 말 76달러까지 하락했지만 감산 결정으로 다시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준 4연속 자이언트 스텝 유력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은 금리 인상 가속페달을 계속 깊게 밟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은 11월 초 FOMC에서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할 확률을 12일에는 83.3%로 예측했지만 이날 9월 소비자 물가 지수가 발표된 직후 98.2%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이 된다.

IMF “환율 방어하겠다고 외환보유액 낭비말라” - 1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합동 연차총회에서 데이비드 맬패스(사진 왼쪽) WB 총재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가 토론하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낭비하지 말라”고 했다.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으로 갖고 있는 달러를 팔기보다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라는 뜻이다. /AFP 연합뉴스

연준이 12일 공개한 9월 FOMC 의사록에서도 다수의 연준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한다는 신호가 나올 때까지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의사록에 “많은 (회의) 참석자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너무 적게 행동하는 대가가 너무 많이 행동하는 대가보다 더 크다고 강조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빠른 금리 인상은 경기 둔화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가 집계한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금리는 지난주 한 주 새 연 6.75%에서 6.81%로 올랐다. 2006년 이후 16년 만의 최고치다. 9월 FOMC 의사록에서 일부 연준 위원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추가 긴축의 속도를 미세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