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재산을 대신 관리해주는 신탁회사가 앞으로는 의료 및 상속까지 돕는 ‘노후 생활의 집사’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된다. 신탁이란 고객 재산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운용·관리해주는 서비스로 국내에서는 주로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신탁사가 고령층 고객을 위해 노후 종합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신탁업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탁사가 다른 전문기관과 협력해 의료·세무 등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신탁사가 다른 신탁사(주로 금융회사)에만 업무를 위탁할 수 있어 의료·세무 같은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다.

법이 개정되면 신탁업을 하는 은행이 병원과 협력해 고객에게 의료·요양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고, 세무법인을 통해 세무 상담을 받도록 도울 수 있다. 신탁사가 선정한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유산 배분 계획을 세울 수 있고, 동물병원과 제휴해 고객 사후에 반려동물을 돌보게 할 수도 있다.

금융위는 신탁 가능한 재산에 ‘채무’를 추가해 주택담보대출이 남아있는 주택도 신탁사에 맡겨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지금은 신탁사에 맡긴 주택으로는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데, 주택금융공사법을 개정해 허용할 계획이다.

중소·중견기업이 신탁을 통해 가업을 승계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 관련 제도도 바꾼다. 지금은 신탁사가 신탁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분을 취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탁 주식의 의결권을 15%로 제한하고 있는데, 가업 승계 목적의 신탁일 경우에는 의결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도록 풀어준다는 것이다.

현재 샌드박스(규제 특례)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각종 조각 투자 서비스나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의 법적인 근거도 마련한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비금전 재산 신탁의 수익 증권 발행을 허용할 계획이다. 조각 투자·소수점 거래 서비스는 모두 빌딩·저작권·주식 등 비금전 재산을 신탁해 수익 증권을 발행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데, 신탁업 제도를 정비해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