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뉴스1

한국은행이 지난 2분기 환율 방어를 위해 154억900만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순매도했다고 9월 30일 밝혔다. 2019년 3분기 통계 공개 이후 최대 순매도다. 한은은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하자 이를 억제하기 위해 시장에 달러를 풀었다. 이로 인해 외환보유액은 2분기에 195억300만달러 줄었고, 지난 8월 말 기준 4364억3000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올해 초 1185.5원이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분기 1300원을 돌파했고 3분기 들어서는 1400원을 넘어서며 급등했다. 이 때문에 3분기 외환 당국의 달러 매도 규모는 더 큰 폭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 급등에 불안이 번지고 있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기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지난 29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국에서 경제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는 게 외부의 시각”이라며 “한국은 외환 보유액이 엄청나고 경상수지도 큰 틀에서 괜찮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중국의 외환 보유액이 세계 1위인데 경제 규모 대비로 보면 국내총생산(GDP)의 18% 수준”이라면서 “한국은 경제 규모의 25%를 외환으로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미국 로버트 캐프로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재무차관보, 아사카와 마사쓰구 ADB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벤저민 디오크노 필리핀 재무장관 등을 만나보니 지금은 과거 위기 때와 달라 위기 가능성은 없다는 인식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나타나는 단기적 시장 불안 양상보다 중국의 저성장으로 올 수 있는 악영향을 유의하는 것이 더 맞지 않느냐는 발언도 있었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위기와 관련한 메시지 관리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시장이 불안하면 체력이 약한 곳이 먼저 어려운 징후가 나타나는데 이런 상황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정부가 시장을 안이하게 본다고 하고, 불안하니까 정신 차려야 한다고 하면 정부가 불안을 조장한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