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 가운데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관찰대상국(Watch List)으로 이름을 올렸다. WGBI를 관리하는 FTSE 러셀은 29일(현지시간) 배포한 '2022년 9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되고 있다./연합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후보 자격을 얻은 것은 우리 국채 시장이 선진국 국채 클럽에 가입할 수준임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내년 9월 지수에 편입된다면 국내 채권시장에 최대 90조원의 해외 장기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화 채권 외국인 보유액(8월 기준 231조8200억원)의 40%에 가까운 규모다. 이렇게 되면 국내 채권시장 금리가 낮아지고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3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원화 채권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할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올 들어 각국의 기준금리 급등 속에 최근 영국발 채권 불안까지 겹치면서 한국 채권시장은 위기 진원인 영국 다음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풍전등화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영국 정부가 내놓은 대규모 감세안이 물가 불안을 자극하면서 영국 국채인 길트 10년물 금리가 6거래일 만에 1%포인트 급등(채권 가격 급락)했는데, 주요 20국 중 영국 다음으로 국채 금리가 많이 뛴 곳이 한국(10년물 0.548%포인트 상승)이었다. 극우 총리가 압승한 총선을 치르면서 정치 불안이 커진 이탈리아나 금리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보다도 국채 금리가 더 뛰었다.

28일 정부와 한국은행이 국채시장에 5조원을 긴급 수혈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금리 상승 폭은 주요국 중 높은 편이다. 하이투자증권 김명실 연구원은 “한국 채권 금리가 이렇게까지 가파르게 올라갈 만한 내부적 요인은 없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시장임이 재차 확인된 것”이라며 “WGBI 지수 편입이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고채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20%에 머물고 있다. 10년 전보다 3.5%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율(코스피 30.6%)과 비교해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윤성환 채권부장은 “WGBI 지수 편입으로 국채시장부터 안정되면 회사채 금리도 낮아져 기업들의 조달 비용이 줄어드는 등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수 편입이 최종 성사되려면 세법이 개정돼야 한다. 미국·영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외국인 채권 투자에 과세하지 않고, 일본·호주·싱가포르·중국은 채권 비과세 조치를 단행해 WGBI에 편입됐다. 한국은 아직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해 이자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물리고 있어,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비과세 방안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