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原電) 건설을 따낸 이후 13년 만에 해외에서 원전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붕괴 직전까지 몰렸던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25일 밝혔다. 한수원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7년간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하고, 러시아 원전 회사인 로사톰 자회사 ASE가 수주한 1200MW(메가와트)급 원전 4기 건설 사업에 기자재를 공급하고 터빈 건물 등 80여 건물·구조물을 건설하게 된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단독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對)러시아 제재 등 돌발 변수가 이어지면서 본계약 체결까지 진통을 겪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돌발 상황 속에 최종 계약 체결을 위해 산업부와 외교부, 대통령실이 나서 미국과 이집트 정부 등을 설득해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원전 핵심 설비인 주 기기는 아니더라도 보조 기기 공급 등을 통해 원전 중소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활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정부는 산업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외교부 등 9개 부처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 10개 공공기관, 무역협회 등 9개 민간 기관, 전문가 등 총 30여 개 원전 유관 기관으로 구성된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원전 수출에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새 정부의 강력한 원전 수출 정책과 연계된 첫 가시적인 성과”라며 “모든 역량을 결집해 원전 수출을 강력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