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환율이 전일 대비 3.70원 상승한 1,343.50원을, 코스피는 16.65P(0.68%) 하락한 2,445.85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전날보다 5.7원 오른 1345.5원에 마감했다. 이틀 연속 연간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원화 가치는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개장 후 5분 만에 1345.2원까지 치솟았다. 외환 당국이 지난 6월 13일 이후 두 달 만에 구두(口頭) 개입에 나섰다. 외환 당국은 “최근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거래) 등을 중심으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전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했다. 이후 오전 10시쯤 일시적으로 1338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이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워낙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가치가 달러화에 비해서는 약세를 보였지만 유로화나 엔화와 비교해서는 보합세를 유지했다”며 “원화뿐 아니라 다른 주요 통화들도 달러 앞에서 힘을 못 쓰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 인덱스는 22일(현지 시각) 109.08까지 오르며 올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달러 인덱스는 올해 최저점이었던 1월 13일의 94.79와 비교하면 15%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3.3% 올랐기 때문에 원화가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 더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원유와 원자재, 곡물 등을 수입할 때 달러로 지불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게 되고 경기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추세적으로 강(强)달러가 지속되는 상황이라 환율이 추가로 상승해 조만간 135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1400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 같은 달러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41년 만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위기에 빠진 유럽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에 비해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측면도 있다. 달러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유로화나 위안화 등이 약세를 보이고, 원화도 같은 추세를 보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