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총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줄이고, 공공 부문의 솔선수범 차원에서 대통령 포함 장·차관급 고위 공무원의 보수는 10%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2020년 4~7월 4개월간 대통령을 포함해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의 급여 30%를 반납하기로 한 적은 있지만, 이듬해 예산안에서 장차관 급여를 깎은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4년만이다. 2009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이번처럼 보수를 10% 줄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고랭지 배추밭을 방문해 배추 생육상태를 점검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추 부총리는 13일 고랭지 배추 재배지인 강원도 강릉 안반데기를 방문한 뒤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에는 다음 해 본예산을 편성할 때 그해 지출보다 증가한 상태에서 예산을 편성했으나 내년 본예산은 올해 추경을 포함한 규모보다 대폭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 본예산 총지출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합친 총지출 679조5000억원보다 상당폭 적은 수준될 거라는 것이다. 올해 본예산 상 총지출은 607조7000억원이었으나 2월 16조9000억원, 5월 62조원 상당의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총지출 규모가 679조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다음 해 본예산 총지출이 전년 전체 지출보다 작아지는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추 부총리는 “현재 역대 최대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부채의 증가 속도를 줄이는 차원에서 국고채 발행도 조금 줄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장차관 보수도 10% 깎을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 부문의 솔선수범 차원에서 장·차관급 이상의 임금은 동결하되 10%를 반납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위직 공무원 보수에 대해선 “현재 물가 수준과 공무원의 사기, 국민의 공공 부문에 대한 솔선수범 기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마지막 검토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예산 총지출 얼마나 줄이나… 수해 인프라 막판 변수

재정당국은 지난주 중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년 예산안 윤곽에 대한 보고를 마치고, 이번 주 중 쟁점 사업 이견 조율을 거쳐 내주 초에는 편성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윤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 예산의 큰 방향성을 설정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0% 이내 ▲ 국가채무를 GDP의 50%대 중반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런 원칙을 내년 예산안 편성부터 당장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 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는 49.7%로 아직 여유가 있지만,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연말 전망치가 -5.1%라 이를 내년에 -3% 이내로 끌어내리려면 상당 수준의 지출 감축이 불가피하다.

정부 안팎에서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의 3% 이내로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총지출 증가율을 이명박·박근혜 정부 평균치인 5% 중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의미가 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본예산 평균 증가율인 8.7%와는 상당한 격차다.

올해 본예산 상 총지출은 607조7000억원으로, 내년 지출 증가율을 5%로 잡으면 638조1000억원, 6%로 잡으면 644조2000억원, 내년 총지출을 640조원대로 보는 배경이다.

다만 이는 이론적인 수치의 조합으로 내년 예산 총지출은 각 사업의 총합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는 매년 예산 편성 때 약 10조∼12조원의 지출구조조정을 하던 것을 이번에는 대폭 늘리겠다고 했지만 9% 가까운 본예산 상 총지출 증가율을 기록하다 이를 5%대로 갑자기 떨어뜨리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최근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 역시 예산 편성의 막바지 변수다. 여당과 정부는 지난 10일 긴급 협의회를 열고 대규모 빗물 저류시설인 대심도 배수시설을 서울 강남구 등 저지대 곳곳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