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을 소개하면서 보이스피싱을 유도하는 이른바 '폴리시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한 7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현금 2300만원을 인출하는 CCTV 장면. /부산경찰 페이스북 제공

A(51)씨는 최근 ‘새 정부 출범 관련 대출 안내’라는 제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한 은행이 저금리로 정부 자금을 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A씨가 문자메시지에 있는 안내 번호로 전화를 걸자 상대방은 자신을 B은행원으로 소개한 뒤 “타행(KB국민은행)에 만들어놓은 마이너스 통장 때문에 대출이 어렵다”며 “마통 한도만큼 현금으로 인출해놓으면 은행 담당자가 받으러 가겠다”고 했다.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만 해놓고 쓰지 않았던 A씨는 별 의심 없이 KB국민은행 지점에서 마통 한도인 7200만원만큼 현금을 인출하려 했다. 하지만 수상하게 여긴 은행 직원의 조언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피할 수 있었다.

대환 대출이나 이자 감면 등 정부의 각종 금융 지원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책성 금융 상품을 사칭한 사기 문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에서 진화한 이른바 ‘폴리시(policy·정책) 피싱’이다.

50대 자영업자 C씨도 ‘새 정부 지원 희망대출 안내’ 문자를 받았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대출 신청 대상입니다. 아직 미신청으로 확인돼 안내드립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지원 자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메시지가 진짜인지 긴가민가했던 C씨는 은행 고객센터로 연락했고 “사기이니 절대 메시지에 답하지 말라”는 답을 받았다.

폴리시피싱 수법은 기본적으로 보이스피싱과 같다. 일단 전화를 걸면 끊지 못하도록 유도하면서 “현금을 뽑아 특정 장소에서 만나자”고 하거나, 카카오톡 상담을 빙자해 스마트폰에 원격 조정 앱을 설치한 뒤 모바일뱅킹으로 돈을 빼가는 식이다. 범죄 조직이 외국에 있기 때문에 피해를 본 후에는 사실상 구제받기 어렵다.

은행들은 “절대로 은행에서 먼저 대출 권유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며 “정부를 사칭한 금융 지원이나 대출 안내 문자메시지는 전부 사기”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중 이러한 ‘대출 빙자형’이 10%를 차지한다. 올해는 정부의 금융 지원 홍수 속에서 문자 내용도 ‘소상공인 이자 감면’ ‘저금리 대환 대출’처럼 정책과 관련 있는 것처럼 꾸미는 경우가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