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는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 음식이 된 듯합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우리 사회가 개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서입니다. 한때 여름이면 ‘보신탕’이 인기 메뉴였는데 열 명 중 아홉 명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답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세상이 달라진 겁니다.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라는 이름을 가진 민관 합동 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3월 전국 성인 남녀 1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응답자의 55.8%가 “개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답니다. “현행 유지”는 28.4%에 불과했고요. 응답자의 85.5%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고, 80.7%가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했답니다.

이 위원회는 작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 운을 떼면서 만들어졌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육견업계, 전문가, 정부 인사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인 지난 4월까지 결론을 낸다고 했다가 무기 연기한 상태입니다.

위원회는 이 설문 조사 내용을 비밀에 부쳤었는데 최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아마 식용 목적 개 사육업계와 개고기 판매 음식점의 입장과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을 절충하기가 쉽지 않아서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여론 조사만으로 보면 개고기 식용 금지가 맞겠지만, 생계가 달린 개 사육 농가와 개고기 판매 식당들의 처지도 생각해봐야 할 테니까요.

그런 농가와 식당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위원회는 지난 2월 실태 조사를 했습니다. 1156곳의 개 농장에서 52만1121마리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농가당 평균 450마리입니다. 개고기 음식점은 1600여 곳으로 연간 38만8000여 마리를 소비하고 있답니다.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개 식용을 언제부터 금지할지,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에 대해 합의가 쉽지 않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고약한 숙제를 남겼다”고 합니다.

중복인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들이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