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에 달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한층 심화하면서 소비가 꺾이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미국 LA 인근 잉글우드 유정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모습./AFP연합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제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경기 선행 지표 역할을 해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로 불리는 구리 가격도 추락했다. 세계 경기 침체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북해 브렌트유는 장중 5.1% 급락하며 배럴당 94.5달러에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도 이날 장중에 5.4% 하락해 90.56달러까지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날인 2월 23일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6월 초만 해도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서 경기 침체 우려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통계에 따르면 7월 1주 차 미국 휘발유 수요는 하루 806만 배럴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3.2% 급감했다. 최근 한 달 평균(873만 배럴)과 비교해도 8% 줄었다. 휘발유 소비가 많은 여름 휴가철에 이렇게 가격이 크게 내린 것은 수요 감소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유 시장 전문지 더쇼크리포트의 스테판 쇼크 에디터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대표적 경기 지표인 원자재 가격이 모두 붕괴되고 있다. 경제가 고통을 겪을 것이란 점을 암시한다”고 전했다.

전자 제품을 비롯해 자동차, 건설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구리의 가격도 떨어졌다. 올 3월 초 고점 대비 현재 33% 하락한 상태다. 14일(현지 시각)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 만기 구리 선물(先物) 가격은 톤당 7170달러에 거래되며 올 들어 최저를 기록했다. 전 세계 구리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 성장세마저 크게 휘청이면서 구리 가격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