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올렸던 법인세가 이전 수준으로 원상복구된다. 원활한 가업승계를 돕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상속·증여세 부담도 완화한다. 산업 현장에서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 주52시간제나 중대재해법도 보완책이 마련된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 지원도 늘린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업들의 흥을 돋구어 성장을 제고하고 일자리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감세 통한 투자 촉진·일자리 확충 유도

법인세는 25%인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하고 현재 4단계인 과표구간을 2~3단계로 줄인다. 이는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법인세를 되돌리는 것이다. 문 정부는 2017년 세법개정안에서 소득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25%의 최고세율을 부과했다. 당시 미국이 투자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파격 인하하고, 유럽도 내리는 분위기였는데 한국만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012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국 중 23위였는데, 2022년 38국중 10위로 13단계 올랐다.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도 그만큼 커진 것이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문 정부는 최고세율 인상이 120개 대기업에 한정되니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 했지만, 사실 상위 100대 기업의 투자비중이 전체의 50%에 이르기 때문에 영향이 결코 적지 않았다”고 했다.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해 상속을 받는 상속인이 가업을 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상속세를 납부유예하는 제도가 생긴다. 이는 한국의 높은 상속세율을 고려한 것이다. 한국의 상속세율(50%)은 OECD 국가 중 일본(55%)과 함께 최상위권이다. 최대주주에게 붙는 할증까지 고려하면 60%까지 오를 수 있다. OECD 평균 상속세율은 26% 정도다.

가업 상속인이 상속세 공제를 받는 경우 일정 기간 자산 처분 등을 할 수 없는 규제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공제 혜택을 받은 상속인이 7년간 가업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할 수 없고, 매년 정규직 근로자 수와 총급여액 평균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했다. 이 기간이 5년으로 준다.

기업이 사내에 쌓는 유보금에 대해 매기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는 투자 연결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징벌적 성격만 부각된다는 이유로 없애기로 했다.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손본다

주 52시간 틀을 준수하는 한도에서 유연근로제를 도입한다. 단위 기간(예 6개월) 중 일이 몰리는 때에는 주 52시간을 넘겨도 되고 일이 적어지면 52시간 미만으로 일해 6개월 평균 주 52시간을 맞추게 하는 식이다. 특정 기간에 일이 몰리는 업종에 맞는 방식이다.

경제 형벌이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행정 제재로 전환하거나 형량을 합리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법무부·공정위·기재부 등이 TF를 꾸려 주요 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다.

안전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기업과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의 경우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명확히 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한다. 현재는 경영책임자의 책임이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기소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먹거리 산업 지원도 강화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현장 전문가가 교원이 될 수 있게 자격 기준을 개선하고, 관련 대학 정원을 늘리는 대책을 하반기 중 마련한다. 첨단 분야 외국인력 비자를 신설해 해외에서도 인재를 유치할 수 있게 된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초격차 확보를 위해 생산 단지 조성 시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한다.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기준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올려 신속한 프로젝트 수행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폐기했던 원전 산업도 부활시킨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