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54포인트(0.46%) 떨어진 2492.97에,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2.4원 오른 1286.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13일(현지시각) 뉴욕 증시는 개장 초반부터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 500개 전 종목이 모두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 들어 급등세를 보였던 에너지 관련주도 예외가 없었다. 마감 시각까지 단 5개 종목만 소폭 상승세로 돌아선 채 3.88% 하락한 3749.63포인트로 마감했다. 연초 대비 21.8% 떨어져 공식적인 약세장(bear market·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장세)에 진입했다. 이날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전일 대비 6.27p(22.59%) 오른 34.02를 기록했다.

8.6%까지 물가가 치솟은 미국발(發) 인플레이션 쇼크가 연쇄적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14일 아시아 증시는 전날 뉴욕증시 폭락 여파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는 개장 초반 2457.39포인트까지 밀리며 1년7개월 만에 2500선이 깨졌다. 전날보다 0.46% 하락한 2492.97로 마감했지만, 고점 대비 24.6%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1.32%, 호주 ASX200 지수는 3.55% 각각 내렸다.

오는 14~15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결정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0.75%포인트 금리 인상,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소비를 줄이고 기업 이익을 떨어뜨려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 시장에 공포감이 번지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자이언트스텝 확률 ‘93.7%’

“6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난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루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연준이 6월 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로 바뀌었다.

WSJ은 연준 위원들이 FOMC를 앞둔 일주일간 공개 발언을 금지하는 ‘블랙아웃(침묵)’ 기간에 연준의 분위기를 대외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언론사로 알려져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WSJ의 보도를 근거로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했다”는 확신이 퍼지고 있다.

채권 금리의 변동을 통해 기준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6월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은 13일 기준 93.7%로 급등했다. 그동안 ‘기본 시나리오’로 생각되던 빅스텝(0.5%포인트 인상) 확률은 6.3%로 쪼그라들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빅스텝확률이 96.1%, 자이언트 스텝은 3.9%로 180도 달랐다.

연준이 실제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게 된다면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의 일이다.

시장에서는 심지어 1.0%포인트 인상설까지 나오고 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투자노트에서 연준의 1.0%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사소한 위험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1.0%포인트 인상쯤 돼야 금융시장에 ‘진짜 서프라이즈’가 되지, 0.75%포인트 인상쯤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닌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 5월 물가 상승률이 8.6%까지 치솟는 등 미국발 인플레이션 쇼크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는 가운데 13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한 트레이더가 머리를 붙잡고 낙담하고 있다. 이날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8% 떨어진 3749.63으로 거래를 마쳤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주요 기업 2분기 실적 하락···”저가매수할 때 아니다”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전망은 이미 하락중이다. 월가 주요 은행들은 S&P500 기업들의 2분기 이익이 작년 2분기보다 4%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이익증가율 잠정치(9.2%)의 반에도 못 미친다.

요 며칠간의 하락세는 약세장 초입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하며, 앞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약세장은 그 자체로 경기침체를 불러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소비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13일 블룸버그는 지난 100년여간 있었던 총 14번의 약세장에서 주가는 평균 34% 하락했고 하락기는 1년 반 동안 계속됐다면서 “역사가 어떤 길잡이가 된다면, 우리 앞에 더 많은 고통이 있을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추앙받는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1979년 연 10%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22%까지 올렸다. 당시 14.8%에 달하던 미국 물가가 2.5%까지 떨어지는 데는 3년 넘게 걸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주식전략가 웨이 리는 13일 투자자 노트에서 “우리는 저가매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그에 따른 경기침체로 앞으로 금융시장 앞에 더한 험로가 놓여 있다는 예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