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5.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최근 공공 기관의 규모, 인력, 부채가 확대되면서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공공 기관의 효율성 제고 및 재무건전성 확보를 추진하고, 혁신을 위한 자율 경영과 책임 경영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추 후보자는 지난해 583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부채를 기록한 공공 기관 350곳에 대한 ‘빅배스(Big Bath)’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묵은 때를 모두 씻어내는 ‘큰 목욕’을 하는 것처럼 새로 취임한 CEO가 전임자 시절 쌓인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낸다는 뜻이다. 이런 과정에서 감춰졌던 부실이 회계에 반영되면 일시적으로 실적 하락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초 체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추 후보자는 지난해 국회에서 “부채가 과다한 기관의 성과급 지급 등 도덕적 해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한 바 있다.

부실 공공 기관에 대한 성과급 지급 제한 등도 경영 개선의 무기로 사용될 전망이다. 작년 12월 추 후보자는 부실 공공 기관 성과급 체계를 기재부 장관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 경제수장 추경호, ‘580兆 빚더미’ 공공기관 개혁 나서… 공공기관 580조원 부채에도 억대 성과급 잔치

지난해 공공 기관 350곳의 부채 규모는 전년보다 41조8000억원 증가한 583조원으로 관련 통계를 공시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였다. 2017~2021년 문재인 정부 5년간 늘어난 공공 기관 부채 규모는 90조원에 달했다.

작년 공공 기관 부채를 유형별로 보면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부채가 434조1000억원, 근로복지공단 등 준정부기관은 128조300억원, 그 외 기타 공공 기관은 20조6000억원이었다.

공공 기관들은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 후보자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전체 36개 공기업 상근 임원(179명)들은 평균 4675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이 공기업들의 당기순익은 전년보다 2조920억원 감소한 206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절반인 18곳은 적자였다.

임원 1명에게 가장 높은 성과급을 준 공기업은 한국부동산원으로 1억2060만원을 지급했다. 작년 역대 최대 영업손실(5조8601억원)을 기록한 한전은 김종갑 전 사장이 9315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1억1752만원) 등 발전 자회사 사장들도 1억원 안팎을 받았다. 코로나로 관광업계가 초토화됐는데 한국관광공사 안영배 사장은 작년·재작년 연봉의 40% 수준으로 총 1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그래픽=김성규

◇문재인 정부 공공 기관 지원 30조원 급증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 주도 성장 등 공공 주도 정책과 일자리가 크게 늘면서, 공공 기관에 대한 출연·출자·보조금 등의 합계인 정부 순 지원액은 크게 늘었다. 공공 기관이 자체 사업이 아닌 세금에 의지해 연명했다는 뜻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6년 말 정부 순 지원액은 67조8000억원에서 작년 말 99조4000억원으로 5년간 31조6000억원(47%) 급증했다.

공공 기관이 일자리를 늘리면서 인건비 부담도 불어났다. 2017년 34만5000명이었던 공공 기관 임직원 수는 작년 44만3000명으로 9만8000명(28%) 늘었다. 같은 기간 직원 복리후생비는 7667억원에서 8594억원으로 927억원 증가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공공 기관 신규 채용은 줄었다. 지난해의 경우 2만7053명으로 전년보다 12%(3683명) 감소했다. 2010~2019년까지 10년간은 신규 채용이 계속 증가했는데 2020년부터 2년 연속 감소했다.

◇공공 기관 방만 경영 감사원 감사 추진

추 후보자는 지난달 부총리 후보에 지명된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공공 기관이 공공 요금 안정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했느냐. 방만 경영을 하고 다른 가격 인상 요인을 누적시키면서 때가 되니까 ‘요금을 올려야 되겠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공공 기관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가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감사원에 공공 기관 경영 실태 점검을 요청한 상태다.

☞빅배스(big bath)

묵은 때를 모두 씻어내는 ‘큰 목욕’이라는 뜻으로, 새로 취임한 CEO가 전임자 시절 쌓인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것이다. 감춰졌던 부실이 회계에 반영되면 실적 하락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