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강원 평창으로 귀농해 4년째 와사비(고추냉이)를 키우는 차대로(43) 대표의 농업 법인은 지난해 매출 2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운영비 등을 제하면 1억5000만원 정도가 순익이고, 함께 일하는 두 동료와 5000만원씩 나눴다.

농촌으로 간 3040

서울에서 10년 가까이 유학원을 운영하던 그가 마흔을 앞두고 “귀농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정신 차리라”는 말부터 나왔다. 귀농 결심은 단단했고, 어떤 작물을 하느냐가 문제였다. 부가가치가 높고, 시장 개척 여지가 높은 와사비를 선택했다. 차 대표는 “시중 와사비의 80% 이상이 화학제품이어서 제대로 된 생(生)와사비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계산했다”고 말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관리, 출하, 택배 준비 등 농장 일을, 오후 4시부터 9시까지는 각종 서류 작업과 블로그 관리 등 온라인 작업을 한다.

스페인어 강사로 해외 여행 컨설팅업도 했던 농업 법인 ‘엘캄포’ 김훈(39) 대표는 2년 전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자 일이 끊겨 고향인 충남 예산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와 함께 비닐하우스를 빌려 쪽파를 키운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 비닐하우스 12동 정도에 쪽파를 심었는데, 작황이 아주 좋았다. 6주 만에 1000만원을 손에 쥐면서 농사도 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청년 후계농에 선발되고 받은 대출 3억원 중 절반으로 비닐하우스 6동을 사 쪽파를 심었다. 작년 매출액은 1억원이고, 운영비와 기타 비용 등을 제하면 순익은 4000만원 정도다. 여름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농장 일을 한다. 비료를 많이 줘야 하기 때문에 비료 만들기도 큰일이다. 얼마 전부터는 하루 1.5~2톤 깐 파를 생산하는 설비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김치 공장과 마트 등에 납품할 계획이다.

◇청년 후계농 8600명

농식품부의 청년 후계농 영농 정착 지원 사업은 영농 경력 3년 이하인 만 18~39세 청년이 대상이다. 선발된 이들에게는 매달 생활 안정 자금(첫해 100만원, 2년째 90만원, 3년째 80만원)을 지급하고, 연리 2% 융자를 최고 3억원까지 지원한다. 그 외에도 농지 임대, 영농 기술 교육, 경영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2018년 시작해 올해까지 8600명을 선발했다. 올해는 2000명 선발에 3451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7대1이었다. 올해 선발자 10명 중 7명(68.7%)이 귀농인이다.

중도 포기도 많지 않다. 작년까지 선발된 6600명 가운데 농업을 포기한 경우는 528명(8%)에 그친다. 농식품부가 지난 2019년 청년 후계농 552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후계농 선정 이후 연평균 매출액은 3947만원으로 집계됐다. 운영비 등을 제한 연간 순수익은 1540만원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성공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청년 후계농 우수 사례집에 실린 20명의 연평균 매출액은 1억3175만원이고, 순수익은 8105만원이었다.

◇귀농 4년 차를 넘겨야 한다

귀농 후 3년이 지나면 생활 안정 지원금이 끊기는 데다, 추가 대출 지원 제도가 없다 보니 고비가 온다. ‘귀농은 4년을 넘겨야 자리를 잡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청년 후계농 사업이 일회성에 그쳐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쪽파 농장 김훈씨는 “청년 후계농 사업 계획서를 낼 때는 6차 산업 하면서 어떻게 고용 창출, 사회 공헌할지까지 써내라고 했는데, 정작 정책은 ‘3억 줄게, 100만원 줄게’ 하면서 청년 농부 유입만 신경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차씨는 “청년을 농촌으로 끌어들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그다음이 없다”며 “농업에서 수익을 내려면 사업 확장이 필수인데, 어느 정도 실적을 만족하면 추가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해달라”고 했다.

전북 고창에서 아스파라거스를 키우는 농업 법인 ‘탐나농’의 박나현(30) 대표는 중견 회계 법인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다 4년 전 도시를 떠나 귀농했다. 올해 농촌 청년 단체 ‘고창군 4H 연합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지역에 뿌리를 내렸지만 “몇 년 해보다 떠날 사람”이라며 귀농 청년들을 곱지 않게 보는 지역 주민들과 관계 맺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박씨는 “정부 지원 사업이 귀농인 위주로 짜여 있다 보니 현지 농민과 귀농인이 ‘파이 다툼’을 하는 갈등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