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파이팅!”

29일 오후 2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이런 구령이 울려 퍼졌다. 이날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위원장 김유선)가 개최한 ‘문재인 정부 5년 평가와 과제: 소주성을 중심으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 14명이 연단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주먹을 들어 보였다.

이번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의 5년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지난 23일 소주성특위가 출간한 책 ‘소주성, 끝나지 않은 여정’을 기념하며 마련한 자리이기도 하다. 소주성은 근로자의 소득을 높여 주면 가계 소비가 촉진되고, 기업이 투자를 늘려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전략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축과 기업 수익을 조이는 바람에 투자가 주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연평균 성장률은 2.3%로 한해만 역임한 최규하 정부(-1.6%)만 빼고 가장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잠재성장률을 붙드는 데에도 실패했다.

이에 작년 5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저임금을 초기에 너무 급격히 인상한 것이 잘못인 게 드러났다”며 “자영업자에게 큰 타격이 갔고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실패를 자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모인 인사들은 정권 이양을 앞두고 ‘소주성 지키기’에 나선 모양새였다. 조대엽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봄이 왔지만, 시절을 생각하니 꽃을 봐도 눈물이 흐른다고 했던 시인 두보의 마음을 떠올린다”고 운을 뗐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3년쯤 지나면 이 책이 우리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설계하는데 엄청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 책자가 될 것”이라며 “중간에 결이 달라진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역사의 후퇴에 좌절하지 말고 포용과 혁신, 시장과 사회, 소득과 성장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정합적으로 역사에 자리매김할 것인가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2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 /황지윤 기자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소주성 설계자’로 불리는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도 발표자로 참석했다. 홍 원장은 “경기하강 국면과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로 과거 정부와 비교하기 어려운 경제 여건이었다”면서 “신속하고 과감한 재정·통화·금융 정책으로 전례 없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이병훈 중앙대 교수,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강병구 인하대 교수 등이 발표를 이어갔다.

일부 성찰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현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은 긍정평가 20~30%밖에 받지 못했다. 자찬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돌아봐야 할 문제도 있다”고 했다.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을(乙)과 을의 싸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선순위가 (소득주도성장보다는) 공정경제 정책에 있어야 했다”면서 “정부가 시장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을 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