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카페를 열었던 자영업자 김모(50)씨는 5년 만인 작년 8월 가게를 정리했다. 김씨는 2018년부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는 원래 평일엔 알바 1명, 주말엔 2명을 썼는데 최저임금이 급등한 이후 다 내보내고 혼자서 버텼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월 매출이 1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어들며 월세(360만원)도 못 버는 기간이 길어졌다. 김씨는 “문을 닫으니 오히려 주변 사장님들이 부럽다고 하더라”며 “폐업하면 사업자 대출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적자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을 여는 자영업자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4월 대구의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 한 상점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매년 자영업자 소득이 증가했다는 정부 통계 발표와 달리, 자영업자 소득이 코로나 이전인 2018년부터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또 사업을 하더라도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소득을 0원이나 마이너스로 신고한 자영업자도 코로나 이전부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급등이나 강압적인 방역정책 같은 부실한 정책이 잘못된 통계에 기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청 자료로 확인… 연간 소득 0원 자영업자 2017년 17만9000명에서 2018년 22만6000명으로 늘어

22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소득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득을 0원 또는 ‘마이너스’로 신고한 자영업자는 2017년 17만9000명에서 2018년 22만6000명으로 늘었고, 2020년 28만2000명으로 껑충 뛰었다. 2020년 소득신고를 한 자영업자는 523만명인데 이 중 5.3%가 소득이 0원 이하인 것이다. 소득 파악이 쉬운 근로소득자와 달리 자영업자의 소득신고 자료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서울정책연구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

자영업자의 경영난은 코로나 때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 서울정책연구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세전 평균소득은 2017년 2247만원에서 2018년 2225만원, 2019년 2208만원 등으로 조금씩 줄었고, 코로나 첫해인 2020년에는 2183만원으로 감소폭이 커졌다. 반면 근로소득자의 세전 평균소득은 2017년 3687만원에서 2018년 3826만원, 2019년 3930만원, 2020년 4025만원 등으로 계속 증가했다.

근로자와 달리 자영업자 소득이 감소한 가장 큰 요인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을 2018년 7530원으로 16.4% 올렸고, 다시 2019년에 8350원으로 10.9% 인상했다. 유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미 고용돼 있는 근로자들의 평균소득은 증가했지만, 자영업자의 손실은 컸다는 것이 통계로 증명됐다”고 했다.

◇“자영업자 소득 증가했다”는 기존 통계와 달라

이번 분석 결과는 자영업자 소득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온 기존 정부 통계와 다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소득은 2017년 6361만원에서 2020년 6587만원으로 매년 꾸준히 올랐다.

전문가들은 통계청 조사보다는 국세청 자료가 더 신뢰도가 높다고 지적한다. 통계청 조사는 가구 단위로 설문조사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지 않지만, 국세청 자료는 실제 세금 신고 자료인 데다 개인 단위로 집계된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설문조사라서 누락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제대로 소득을 파악하지 못한다”며 “국세청 자료는 말 그대로 본인 소득을 직접 신고한 자료이니 실태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 내에서도 소득불평등도가 크게 악화됐다. 자영업자 소득 5분위 배율은 2017년 37.54배에서 2020년에는 39.45배로 증가했다. 5분위 배율이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커질수록 불평등도가 심화된다는 의미다. 코로나가 확산된 이후 직접 매장을 찾기보다는 배달 주문이 많아지면서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탄 ‘맛집’으로 고객이 더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