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 시각) 가동 중단이 임박한 독일 바이에른주 군트레밍엔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 사업으로 분류하는 규정 초안을 제안했다. 2022.1.3. [연합뉴스 자료사진]

탄소 중립 흐름 속에 에너지 위기까지 닥치자, 재생에너지 약점을 보완할 에너지원으로 세계가 다시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원전이 기후변화 대응 운동의 주류가 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7일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1월 세계 32국에서 원전 440기가 가동 중이다. 또 52기가 건설 중이다. 계획 중인 원전은 100기이며, 추가로 330기가 건설 제안 단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10~20년 내에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00여 기의 원전이 새로 건설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IAEA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도 “2050년 원전 설비 용량은 2020년의 두 배를 웃도는 최대 792GW(기가와트)에 달할 것”이라며 “전 세계 원전 확대 추세를 반영해 전망치를 약 10% 높였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롤스로이스와 2050년까지 470MW(메가와트) 규모 소형모듈원전(SMR) 16기를 영국 전역에 건설하기로 했다. 영국은 2020년 기준 전력 생산에서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율이 42%에 달할 정도로 재생에너지 강국이다. 하지만 지난해 북해 풍력발전 감소로 에너지 위기를 겪자 원전으로 눈을 돌렸다.

현재 원전 1기를 운영 중인 네덜란드는 지난달 중순 탄소 중립 추진을 위해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추가로 2기를 짓기로 했다. 아직 원전이 없는 폴란드도 석탄 발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40년까지 원전 6기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프랑스도 2035~2037년 가동 개시를 목표로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을 곧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카자흐스탄은 50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 러시아 원전건설사 로사톰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수력발전에 차질을 빚은 이란도 신규 원전 건설에 400억달러(약 48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탄소 중립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탄소 배출 없는 ‘무공해 전력’의 하나로 원전을 명시했고, 중국은 206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2035년까지 신규 원전을 150기 이상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