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공시가격 17억원짜리 서울 아파트 1채를 20년 보유한 최모(65)씨는 15일이 마감인 종합부동산세를 낼 생각만 하면 열이 오른다. 지난해 40만원이었던 종부세가 969만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올 초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경기도의 아파트를 6남매가 나눴고, 살고 있는 서울 아파트도 꽤 올라서 종부세가 더 나올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20배 넘게 더 나와서 황당했다”고 했다. 최씨는 “상속 주택 지분율이 20% 밑이고 공시가가 3억원 아래면 1주택자로 쳐준다고 해서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 정도로만 종부세가 오를 줄 알았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했다. 6남매라 상속받은 아파트 지분율은 고작 16.7%고, 지분에 대한 공시가격도 1억원 정도라 2주택자 취급을 받을 줄 몰랐다고 했다. 세무사에게 물어보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상속 주택을 주택 수에서 빼준다는 건 세율만 1주택자로 대접해 준다는 것일 뿐이다. 2주택자는 2주택자라 고령자 공제, 장기 보유 공제, 11억원 기본 공제 등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공제가 날아간다”고 했다.

◇주택 수에서 빼준다더니···

상속 주택을 종부세 대상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는 ‘지분율 20% 이하+공시가격 3억원 이하’ 기준을 더 높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최씨처럼 현행 기준을 충족하는 납세자들 사이에서도 “사실상 2주택자 취급을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주택자로 간주받아 다주택자 세율(1.2~6%) 대신 1주택자 세율(0.6~3%)을 적용받고, 최대 30%인 고령자 공제와 최대 50%인 장기 보유 공제, 11억원 기본 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세율 중과(重課)만 면제해주기 때문이다. 장기 보유와 고령자 공제는 없어지고, 기본 공제는 2주택자에게 적용하는 6억원으로 줄어든다. 한 세무사는 “다주택자 중과가 시작된 2019년부터 같은 방식으로 과세해왔지만, 올해 종부세가 역대급으로 뛰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납세자 상당수는 15일 종부세 납부 마감일을 앞두고 발을 동동 구르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셈법”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 소재 1주택자인 김모(70)씨는 올해 5월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8남매가 나눠 상속받은 서울 전용면적 55㎡ 아파트 지분(지분율 12.5%‧공시가 5000만원) 때문에 2000만원이 넘는 종부세를 내게 됐다. 김씨는 “이웃들 사이에서 20%랑 3억원이랑 맞추면 문제없다고 해서 종부세 폭탄은 30년 가까이 한 집에 살아온 나 같은 사람이랑은 상관없는지 알았다”며 “주택 수에서 빼준다는 게 세율만 빼준다는 기준을 일반인이 어떻게 알겠냐. 세무서에 이의 신청을 했다”고 했다.

◇”형제자매 적으면 종부세 폭탄이냐”

문재인 정부 들어 역대급으로 강화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 13일 “상속 주택 주택 수 제외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분율 기준(20%)과 공시가 기준(3억원)을 상향하는 방안을 포함해 현재는 지분율 기준과 공시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주택 수 제외 기준을 둘 중 하나만 충족해도 주택 수에서 빼주는 방식도 검토 대상이다. 세무사들 사이에서는 “찔끔 대책으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경기 성남의 한 세무사는 “지분율 20% 이하 기준을 맞추려면 형제자매가 5명을 넘어야 한다는 얘긴데, 많아야 형제자매가 2명, 3명인 요즘 실정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며 “형제자매가 적으면 종부세 맞으란 얘기밖에 안 된다”고 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커지자 여당도 부동산 세제 완화 카드를 꺼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2일 상속 주택 등으로 다주택자가 된 사람들의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