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오는 20일부터 주택·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구입 자금 대출과 신용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한다고 15일 밝혔다.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지난 8월부터 시행 중인 NH농협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은행도 20일부터 11개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최대 0.9%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우대 금리를 낮추면 대출 금리가 인상되는 것과 같아 대출을 조이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은 규제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하겠다 발표하면서 전세나 신규 아파트 입주자 등 실수요자들의 대출 중단 사태는 피하게 됐지만, 대신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이 막히는 상황이다. 작년 말 대비 가계 대출 증가율을 6%대로 억제하라는 금융위원회의 대출 총량 규제에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전세·집단대출을 제외한 다른 대출 창구를 닫아걸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들 반발에 부딪혀 전세대출은 풀어줬지만, 다른 대출 증가세는 막겠다는 것이 당국의 뜻인 것 같다”며 “대출 보릿고개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가계 대출 증가율이 5.19%로 5대 은행 가운데 NH농협은행(7.29%)에 이어 둘째로 높다. 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등 외에 비대면 대출인 ‘하나원큐 신용대출’과 ‘하나원큐 아파트론’도 오는 19일 오후 6시부터 대출을 중단한다. 서민과 관련된 부동산담보 생활안정자금대출과 새희망홀씨 등은 제외된다.

우리은행도 오는 20일 이후 신규·연장·재약정하는 11개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최대 0.9%포인트 축소, 대출 금리를 높이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이 4.05%로 다소 여유가 있지만 다른 은행의 대출 축소에 따른 ‘풍선효과(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보호 위해 손대지 않는다고 했는데 다른 대출은 실수요자가 없느냐”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 급등시켜 놓고 대출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