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던 김모(47)씨는 요즘 배달앱 기사로 일한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주말에는 아르바이트생 3명을 둘 정도였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모두 내보내고 작년 12월 영업을 중단했다. 임차료 부담에 얼마 전 폐업 결심을 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취업자 수는 2768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67만1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만 보면 지난 3월(31만4000명)부터 7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9월에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39만2000명이나 급감했던 영향(기저효과) 등이 작용했지만,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는 2014년 3월(72만6000명) 이후 7년 반 만에 가장 많았다. 노래방 주인이었던 배달앱 기사 김씨는 “주변에 문 닫은 사장들이 한둘이 아니고, 거기서 일하던 알바생들도 모두 떠났는데 어디서 고용이 늘었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취업자 수 변화 /자료=통계청

◇취업자 23%가 36시간 미만 근로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취업자 수는 코로나 고용 충격 발생 이전 고점(지난해 2월)에 한 발 더 근접(고점 대비 99.8%)했다”는 글을 올렸다.

홍 부총리는 9월 고용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지만 취업 상황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훈풍이 아니라 여전히 찬바람이 분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가 취업 시간별 근로자 통계다.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1년 새 65만3000명이 늘어 624만6000명을 기록했다. 전체 취업자의 23%가 ‘단기 근로자’라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9월 이 비율은 14%였다. 단기 근로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고용 위축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직업군별로 보면 늘어난 취업자(67만1000명) 4명 가운데 1명인 17만명은 단순 노무 종사자다.

주당 17시간 이하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가 1년 전보다 34만명이 늘어나 220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최저임금 과속 인상이 만들어낸 비정상적인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임금을 더 주는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최저임금이 높아져 부담이 되자 아르바이트생 등을 고용할 때 14시간 근무로 쪼개서 채용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하는 50대 박모씨는 “지금 같은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주면서 편의점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업종별로 보면, 공공 일자리 확대 정책의 혜택을 받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28만명,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로 운수·창고업에서 16만3000명 늘었다. 도소매업(-12만2000명)과 제조업(-3만7000명) 일자리는 줄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32만3000명이 늘어 취업자 증가 폭의 48%를 차지한 것도 고용의 질과 경제 활력 증대 등에서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영업자 비중 20% 미만으로 하락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552만8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만6000명 줄었다. 전체 취업자 수에서 자영업자의 비율이 1998년 통계 작성 후 처음 20% 아래로 떨어졌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지난달 2만6000명 감소했다. ‘종업원을 둔 사장님’ 감소세는 3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있던 종업원을 내보내거나, 나 홀로 창업에 나서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 통계에서 양(量)은 늘어나지만 질(質)은 나빠지는 현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과 2016년 9월을 비교해 보면 전체 취업자 수는 98만6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243만5000명 늘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161만2000명이 늘었다.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로 여겨지는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 5년 사이 23만9000개 감소했고, 단순 노무 종사자(60만7000명)는 증가했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기업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시장을 개혁하겠다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