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소인 조세재정연구원이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8개 회원국 대비 매우 낮은 편”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가 반박하고 나섰다. 해외 주요국이나 국제기구가 ‘부동산 실효세율’ 수치를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있지 않는 데다, 실효세율을 산출해 내는 데 사용하는 부동산 총액을 추정하는 방법이 나라마다 제각각이라 실효세율로 국가 간 비교를 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야당은 “정부가 왜곡된 통계를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 간 실효세율 비교 어렵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1일 ‘주요국의 부동산 관련 세부담 비교’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이 0.16%라고 밝혔다. 민간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부동산 보유 세수로 나눈 결과다. 같은 방식의 조사 결과 미국은 0.99%, 영국은 0.77%, 캐나다는 0.87%였다고 했다. OECD 주요 8개 회원국 평균(0.54%)과 비교해도 한국의 실효세율이 0.38%포인트 낮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낮다는 것은 정부와 여당, 국책연구소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앞서 국토연구원 또한 실효세율 방식으로 계산해 한국의 보유세 부담이 다른 OECD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했고, 기획재정부도 같은 논리를 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작년 8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실효세율과 관련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해 “실효세율을 내는 데 사용하는 국가별 부동산 가치는 국가별 통계 생산 방법이 서로 달라 직접적인 비교가 곤란하다”고 했다. 억지 비교라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은 행정자료를 통해 공시지가 기준으로 토지의 가치를 측정하는 데 반해, OECD 37국 중 미국·호주·캐나다 등 21국은 부동산 가치에 토지 등을 제외한 주택 등 건물 가치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실효세율은 부동산 가치에 보유 세수를 나눠 구해 내는데, 만약 토지 등의 가치가 제외된다면 실효세율의 분모가 되는 부동산 가치 전체의 숫자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이런 방식으로 국가 간 비교를 하는 것은 틀린 주장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부동산공시가격검증센터 센터장인 유경준 의원은 “국제 비교를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지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라며 “기획재정부, 조세재정연구원 등이 ‘우리나라의 부동산 실효세율이 낮을 것이다’라는 자신들만의 가설을 정해놓고 비교가 불가능한 자료를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와 함께 ‘부동산 총액’을 사용해 한국의 보유세 부담을 추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2018년 기준 한국 가계의 자산 중 부동산 자산의 비중은 63%에 달한다. 미국(26%), 일본(36%)보다 높다. 부동산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부동산 관련 세율에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각국의 부동산 보유세 세율을 기계적으로 비교하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GDP 기준으로는 OECD 3위”

야당에서는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해야 국민들의 보유세 부담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국민의힘 부동산공시가격검증센터는 최근 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 한국 세금 비중은 4.05%(2018년 기준)로 OECD 회원국 37국 중 3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1.96%)의 배 이상 높은 수치다. OECD 회원국 중 GDP 대비 부동산 관련 세금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영국(4.48%) 프랑스(4.13%)뿐이었다. 미국(3.97%)과 일본(2.59%)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