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집값이 지금보다 오르지 않더라도 5년 뒤에는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147곳 가운데 78곳이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38곳이었는데 2배로 늘어난다. 28일 국민의힘 부동산공시가격검증센터(센터장 유경준 의원)가 각 단지의 전용면적 85㎡ 아파트에 사는 1가구 1주택자 기준으로 2020~2026년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추계한 결과다. 아파트 단지 147곳은 서울 49개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가구 수가 가장 많은 단지 3곳씩을 선정했다.

◇5년 뒤 서울 30평대 아파트 절반 이상이 종부세

검증센터가 앞으로 집값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보유세를 추계한 결과, 종부세를 내는 단지는 지난해 38곳에서 올해 62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계됐다. 또 내년에는 67곳, 2023년 70곳, 2024년 74곳, 2025년 76곳, 2026년 78곳이 된다. 이렇게 되면 서울 25구 가운데 7곳(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금천·관악)을 뺀 18구의 대표 단지들이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이다.

집값이 안 오르는데도 세금이 늘어나는 건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이유로 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을 차츰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평균 69%였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9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작년 147개 단지의 평균 보유세는 237만원(재산세 199만원, 종부세 38만원)으로 추정됐다. 올해는 319만원(재산세 242만원, 종부세 77만원), 2026년에는 502만원(재산세 315만원, 종부세 187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안 올라도 보유세는 2배 이상 오르는 셈이다. 유경준 의원은 “시세 상승이 없는데도 보유세가 2배가 된다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과적으로 서울시민 대다수에게 ‘보유세 폭탄’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라고 했다.

2020~2026년 보유세 상승률 추정치가 가장 높은 건 서울 동대문구 전농래미안크레시티였다. 작년 보유세가 211만원이었지만 2026년에는 641만원으로 3배가 될 전망이다. 도곡렉슬(2.9배), 송파헬리오시티(2.8배) 등이 뒤를 이었다.

강남 3구의 주요 단지에 사는 1주택자는 집값이 지금 상태 그대로 머문다고 해도 연간 최대 수천만 원의 보유세를 낼 전망이다. 압구정현대(전용면적 130㎡)는 2026년 보유세가 4306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3월 실거래가 기준으로 계산

이번 보유세 추계는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는 국민주택 규모(면적 85㎡)를 대상으로 했다. 85㎡ 크기의 아파트가 없을 경우 가장 비슷한 면적을 포함시켰다. 2020~2021년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나온 3월 기준 실거래가에, 국토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했다. 예컨대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크레시티(84.96㎡)는 지난해 3월 11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여기에 공시가격 현실화율(69%)를 곱한 7억6935만원을 작년 공시가격으로 계산했다.

2022~2026년 보유세의 경우 주택 시세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되고 공시가격만 오른다고 가정해 계산했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점진적으로 올려 2026년 80.9%까지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 종부세 과세표준을 계산하는 데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정부 발표처럼 2020년 90%, 2021년 95%, 2022년 이후 100% 등으로 오른다고 가정했다.

재산세·종부세 세 부담 상한 등도 고려했다. 지방세법은 재산세가 전년 대비 최대 30%(공시가격 6억원 초과 기준) 이상 못 오른다고 규정했다. 또 종부세법에 따르면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는 전년도 대비 50% 이상 못 오른다. 이창무 한양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보유세는 층이나 위치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거나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