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별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시대 개막을 앞두고 금융회사와 핀테크(IT를 접목한 금융) 업체 간의 이합집산이 활발해지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이란 금융회사 등에 흩어진 개인 신용 정보를 한곳에 모아 활용하는 것으로 오는 8월부터 허용된다. 허가를 받은 업체는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상품 추천, 투자 자문, 대출 중개 등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유튜브 ‘맞춤 동영상'이나 구글 ‘맞춤 광고'처럼 알고리즘에 기반한 추천 서비스가 금융에도 도입되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활용한 마이데이터 시대에는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금융회사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금융사들이 핀테크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저축, 투자, 소비 등 다양한 금융 활동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이를 분석해 고도화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며 “금융 업계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소비자는 다양한 창구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 핀테크 기업과 경쟁·협력 다각화

우리은행은 지난달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협약을 맺고 소상공인 금융 지원을 시작했다. 신한은행도 네이버페이와 제휴해 간편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농협은행은 네이버클라우드와 손잡고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에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나은행은 카카오페이와 제휴해 전용 통장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 기업 간의 제휴 현황

반면 핀테크와 제휴를 선택하지 않고 자체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는 곳도 있다. KB금융은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핀테크 업체와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KB국민은행 등 KB금융 계열사 상품 중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대형 IT 업체)’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없다.

◇카드·보험사 다양한 제휴 상품 내놔

카드·보험업계와 핀테크의 제휴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롯데카드는 이번 달 ‘맞춤형 카드 추천 서비스’를 구축한 뱅크샐러드와 함께 단독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인 ‘빨대카드’를 출시했다. 삼성카드는 카카오페이와 함께 오는 5월 출시를 목표로 ‘카카오페이 신용카드’ 출시를 준비 중이고, 현대카드는 네이버와 함께 올 하반기 네이버 플러스 멤버 전용 신용카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해상은 이번 달 인슈어테크(IT 기술을 접목한 보험) 기업인 보맵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데이터 기반 상품 개발과 마케팅 등을 함께 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핀테크 업체 ‘투비콘’과 협업해 비대면 디지털진단 서비스를 출시했고, 한화생명은 지난 8일부터 카카오페이와 협약을 맺고 카카오페이를 통해 대출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맞춤형 금융서비스 다양해진다

금융데이터 활용이 활발해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의 본허가를 받은 업체들은 이용자의 신용도를 연령별·성별로 나눠 비교해볼 수 있는 서비스 (KB국민은행 ‘KB마이머니’), 자동차 벌점·범칙금·사고 내용 등을 한눈에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NH농협은행 ‘내차정보관리’) 등을 시범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생애주기별로 특화된 금융상품 추천, 개인별 금융상품 추천, 신용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용객의 정보가 한데 모여 정보 유출 위험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마이데이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서비스 탈퇴를 쉽게 할 수 있고, 플랫폼에 저장된 신용 정보는 완전히 삭제하도록 해 정보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