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약국 2만700곳에 1대당 43만8000원짜리 체온계 설치, 전국 주요 항·포구 공판장에 불법 어업 금지 홍보 요원 2명씩 배치,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을 홍보하는 1만명에게 월 210만원씩 지급···.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추경호 의원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19조5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이런 사업들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금 뿌리기 논란 사업들

◇약국마다 40만원대 체온계 나눠준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추경안에 전국 약국에 스탠드형 비대면 체온계 설치 지원 사업을 집어넣었다. 81억6000만원이 필요하다. 전국 약국(2만3000곳)의 90%가 신청할 것으로 추산해 예산을 잡았다. 약국은 체온계 가격의 10%인 4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코로나 방역 강화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약국에 대한 과도한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 지역의 약사 박모(46)씨는 “코로나 초창기 마스크 대란 때는 손님이 줄을 섰기 때문에 필요했을지 모르겠지만 1년 지나서 왜 체온계를 주려 하는지 모르겠다. 혹시 체온계 재고떨이냐”고 했다.

코로나 방역으로 영업이 금지되거나 제한되지 않았더라도 매출이 떨어진 일반업종 지원을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태양광 사업자가 포함된 것도 논란거리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1만명 정도의 태양광 사업자가 100만원씩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태양광 사업자의 매출 하락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국제 유가 하락으로 태양광 전력 판매 단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 전력 판매 단가가 25% 하락했다.

노점상 4만명에게 50만원씩 생계 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총 200억원 배정)은 사업자 등록이 전제인데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점상이 사업자 등록을 할 경우 월 소득이 100만원만 돼도 다른 공제가 없을 경우 연 54만원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 일회성 50만원 지원금을 받자고 연 54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노점상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국 항구에 홍보 전단 배포 요원

추경안에 포함된 2조1000억원 규모 청년·중장년·여성 일자리 창출 사업들은 정부가 그동안 세금으로 만들었던 단기 알바급 일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어판장이 있는 전국 항·포구 30곳에 수산자원지킴이라는 이름으로 2명씩을 보내겠다는 해양수산부 사업의 경우 총 60명에게 1인당 월 202만원씩 지급, 6개월간 일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7억2700만원이 들어간다. 불법 어업을 하지 말자는 전단을 뿌리는 ‘전시성 일자리 사업’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불법 어업 근절 대국민 홍보 예산은 올해 3억6000만원이 잡혀 있었는데, 이 또한 불용액이 많아 전년보다 절반 정도 깎인 금액이다. 그런데 이번 추경에서 일자리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더 늘렸다.

구직 단념 청년이 지자체가 운영하는 청년센터에서 자신감 회복 상담 프로그램에 2~3개월 동안 참여하면 20만원의 응원금을 주는 사업도 세금 나눠주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구직을 단념했던 청년 5000명이 대상이라 10억원을 지급하게 된다. 청년센터에도 1명이 프로그램을 완주할 때마다 1인당 20만원씩 인센티브를 준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도 10억원이 들어간다. 청년 일자리 상담·안내 목적으로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년센터에 인센티브를 지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말 이미 제도화된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 사업을 안내하고 홍보하는 인원 1만명에게 월 210만원씩 1152억원을 배정한 환경부 사업도 문제다. 아파트 등은 이미 투명 페트병을 분리 배출하고 있는데, 이를 홍보한다며 아파트 지역에만 8000명을 파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추경호 의원은 “2조1000억원 일자리 사업 전체를 삭감한다는 자세로 추경안을 심사하겠다”고 했다.